[인터내셔널포커스]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이 생활방식과 소비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에서는 학교와 공공시설까지 냉방기기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 주문이 급증하면서 주요 제조업체들은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유럽의 냉방 문화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싱가포르 CNA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은 예년을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기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여름철에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유지해 온 유럽은 그동안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지만, 최근 잇따른 이상고온으로 냉방시설 부족 문제가 현실적인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프랑스 일부 지방정부는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파리 제17구의 조프루아 불라르 구청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하이얼(Haier)이 생산한 이동식 에어컨을 관내 학교에 배치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폭염 대응 상황을 소개했다. 냉방기기 확보가 교육 현장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유럽의 수요 급증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생산 확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Midea)는 광둥성 공장을 밤낮없이 가동하며 유럽 시장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별도 설치 공사나 배관 작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분리형(PortaSplit) 에어컨은 유럽식 창문 구조와 잘 맞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메이디는 프랑스·스페인·독일·영국 등 주요 시장의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국 업체인 그리(GREE)도 올해 1~6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동식 에어컨 재고가 거의 소진될 정도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세관 통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對)EU 에어컨 수출액은 37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3.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 수출은 두 배 이상 늘었고, 스페인과 독일 역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국 경제복잡성관측소(OEC)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에어컨 수출액은 약 280억 달러로 전 세계 수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갖춘 중국이 글로벌 냉방산업의 핵심 공급기지 역할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에어컨뿐 아니라 휴대용 선풍기, 선풍기 모자, 냉감 이불 등 다양한 여름용품의 유럽 수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온라인에서는 유럽 폭염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웨이보에서는 '프랑스 긴급 에어컨 주문' 관련 검색어가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가 됐고, 유럽의 낮은 에어컨 보급률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도 이어졌다. 다만 온라인에서 확산된 일부 주문 규모는 공식 발표와 구분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이 일시적인 기상이변을 넘어 유럽의 건축 기준과 냉방 문화, 에너지 정책까지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냉방은 더 이상 일부 지역만의 선택적 설비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냉방 공급망의 전략적 중요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BEST 뉴스
-
"에어컨 24시간 켜두면 더 절약?"…전력당국이 알려준 진짜 절전 비결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며 냉방기 사용이 급증하고 전기요금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에어컨은 24시간 계속 켜두는 것이 오히려 전기료를 아낀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지만, 전력당국은 모든 상황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며 ... -
일본, 여성 천황의 길 사실상 닫았다…국민 83% 찬성에도 '남계 계승' 유지
일본 국회가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남계 남성 중심의 황위 계승 원칙을 유지했다. 이번 개정으로 여성 황족의 결혼 후 신분 유지가 가능해졌지만, 여성 천황과 여성계 천황은 허용되지 않았다.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 국회가 17일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키... -
파나마운하 또 물 부족…글로벌 해운·공급망 '긴장'
파나마운하 갑문을 통과하는 대형 컨테이너선. 운하 당국이 가뭄에 따른 담수 부족으로 선박 최대 흘수 제한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과 공급망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세계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파나마운하가 다시 물 부족 문제에 ... -
스페인에 무릎 꿇은 아르헨티나…결승 직후 수도서 폭력 사태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한 직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축구 팬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해 최소 15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3명이 부상했다. 대표팀의 월드컵 2연패가 무산된 직후 벌어진 이번 소요 사태는 아르헨티나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신... -
중국 ‘인공태양’ 산업화 속도…2030년 핵융합 발전 실증 도전
▲ 중국이 개발 중인 ‘인공태양’ 핵융합 장치를 형상화한 모습. [사진=CCTV 화면 캡처]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이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의 산업화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 주도의 대형 실험장치 건설에 이어 민간 스타트업과 투자자금까지 몰리면서 핵융... -
트럼프의 딜레마…애플 "중국 메모리 쓰게 해달라" vs 마이크론 "미국 반도체 무너진다"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애플과 마이크론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난처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반도체 활용을 일부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를 위해 기존 규제를 유지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