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에서 형사처벌을 받고 나오면 은행 대출부터 막힌다는 말이 있다. 사업자금은 물론 자동차를 살 때 받는 대출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부모에게 전과가 있으면 자녀가 공무원이나 국가기관에 들어갈 때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에서 “有犯罪记录不给贷款”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례가 있다. 그대로 옮기면 “범죄경력이 있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관련 규정을 확인해보면 조금 다르다. 중국에는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대출이나 자동차 구입 대출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일반 규정이 없다. 오히려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담보대출 지원 대상에는 ‘刑满释放人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사람도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은행 창구까지 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은 별개다. 은행은 소득과 기존 채무, 신용상태, 상환능력, 법원 집행기록 등을 들여다본다. 출소자에게 열려 있는 창업담보대출도 신청한다고 모두 승인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온라인에는 집행유예나 형사처벌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출 문제를 묻는 글이 적지 않다. 신용대출이 거절됐다는 경험담부터 담보가 있으면 가능한지를 묻는 상담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은행이 정말 ‘전과’ 하나만 보고 거절했는지, 아니면 벌금이나 손해배상 미이행, 채무, 법원 집행기록, 신용 문제까지 함께 작용했는지는 밖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중국에서 전과자의 대출을 법으로 막아놓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 금융생활에서는 높은 문턱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전과가 있으면 대출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무원 문제는 대출보다 명확하다.
중국 공무원법은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을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형기를 모두 마쳤다고 해서 공직 진출까지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처벌받은 경우 자녀도 공무원이 될 수 없을까.
이 부분은 흔히 알려진 내용과 차이가 있다. 부모에게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녀의 모든 공무원 시험 응시나 국가기관 취업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안·인민경찰 등은 사정이 다르다. 별도의 정치심사와 신원조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 가까운 가족의 범죄경력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가안전이나 테러, 조직폭력, 일부 중대 강력범죄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부모가 전과자면 자녀도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지나치게 넓게 퍼진 표현이다. 일반 공무원 전체가 아니라 공안·보안처럼 신원심사가 엄격한 일부 직종에서 가족의 중대한 범죄경력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은 다소 다르다.
한국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뒤 5년, 집행유예는 유예기간이 끝난 뒤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공무원 임용이 제한된다. 부모의 전과 때문에 자녀의 일반 공무원 임용이 막히는 구조도 아니다.
은행 대출에서도 금융회사가 경찰의 범죄경력 자료를 일반 신용정보처럼 마음대로 조회할 수 없다. 통상 소득과 신용, 기존 채무, 연체 여부와 상환능력 등이 대출심사의 중심이 된다.
중국 상황을 놓고 보면 “전과자는 대출도 못 받고 자녀도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그렇다고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하기도 힘들다.
법에는 전과자의 대출을 일괄적으로 막는 조항이 없지만 현장에서는 대출 문턱을 체감했다는 사례가 나온다. 본인이 공무원이 되는 데는 분명한 제한이 있고, 공안 등 일부 직종에서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중대한 범죄경력까지 살펴본다.
형기를 마치면 법원이 내린 형벌은 끝난다. 하지만 그 기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말하는 ‘전과자의 불이익’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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