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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의 축구 관리’ 노골화…심양, 37억 쏟아 대련 추격

  • 허훈 기자
  • 입력 2025.08.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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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양의 37억원 베팅 — 축구, 도시 정체성의 정치화"

 

[동포투데이] 중국 축구에 다시 정치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요녕성 심양시가 지역 구단 ‘요녕 철인(辽宁铁人)’을 살리겠다며 1900만 위안(약 37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지방정부가 앞장서 구단 운영을 주도하는 ‘당(党)의 축구 관리’가 노골화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지원이 아니라, 지역 자존심과 체제 관리가 뒤엉킨 중국식 축구 현실을 드러낸다.

 

리펑위 심양시 공산당 부서기는 중국중앙방송(CCTV)  <축구의 밤>프로그램에서 “직업화 이후 대련은 독보적인 존재였다”고 토로했다. 과거 ‘10관왕’으로 불리던 요녕 구단은 해체됐고, 대련은 여전히 8차례 리그 우승을 자랑한다. 한쪽이 몰락하는 동안 다른 한쪽은 도시 정체성으로 ‘축구’를 새기며 살아남았다. 심양시가 철인 구단을 향해 혈세를 투입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적 문제가 아니다. 당 조직이 직접 나서서 ‘지역 축구 부흥’을 정치적 과제로 삼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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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의 지원은 이례적으로 세세하다. 상반기에만 450만 위안(약 8억원)을 직접 구단 계좌에 넣었고, 홈구장 사용료와 운영비까지 정부가 부담했다. 그러나 대련과의 격차는 분명하다. 대련은 지난해 3000만 위안(약 58억원) 보조금에 4억5000만 위안(약 870억원) 규모의 스타디움 개보수를 집행했다. 유소년 저변도 확연히 다르다. 대련은 600개가 넘는 아마추어 클럽으로 ‘축구 피라미드’를 세웠지만, 심양은 기초 시스템조차 정립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는 있다. 철인이 입주한 올여름 철서(铁西) 체육장은 2부 리그 경기로는 이례적인 3만9천 관중을 끌어모았다. 경기장 밖 상권은 유니폼 하루 매출이 11만 위안을 기록했고, 식당은 새벽까지 불을 밝혔다. 그러나 이 열기는 가수 공연, 치어리더 무대, 경기 후 현금 이벤트 등 ‘이벤트성 동원’에 크게 의존했다. 축구가 진짜 생활 문화로 뿌리내리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심양시는 더 나아가 ‘회원제+지분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구단 소유권을 정부·기업·팬이 나누고, 선수 연봉은 ‘기본급+승격 보너스’로 전환하는 식이다. 성적에 따른 보상을 전면화한 구조다. 당국은 이를 ‘프로화 개혁’이라 선전하지만, 선수들은 “2부 리그 구단이 성적 연동 계약이라니 과도하다”고 반발한다. 축구마저 체제 논리와 성과 압박의 틀 속에 편입된 셈이다.

 

돈 문제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올해 초 심양시 국영기업은 1억 위안 투자를 검토했지만, 과거 구단 전신이 연루된 승부조작 기록이 드러나자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해체된 옛 요녕팀의 부채와 스캔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단의 ‘과거 그림자’는 여전히 당국의 통제와 행정 개입을 불러오는 원인이다.

 

대련 팬들은 심양의 움직임을 조롱한다. “대련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건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고, 철인의 승격은 2군이 올라가는 것일 뿐”이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퍼졌다. 대련은 수십 년간의 역사를 ‘스카프 벽’에 새겨 전통을 자산화했지만, 심양의 응원석은 여전히 상업 광고로 가득하다.

 

심양의 1900만 위안(약 37억원) 투입이 축구 부활의 불씨가 될지, 아니면 당국 주도의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중국 축구가 여전히 정치와 당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도시 간 격차조차 당국의 개입을 통해서만 봉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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