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 공격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영국·미국·중국이 잇따라 중동 지역에서 자국 인력과 국민 보호 조치에 나서며 역내 긴장이 한 단계 높아지고 있다. 외교적 대화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각국이 동시에 ‘철수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을 전제로 한 사전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정부는 현재의 “안보 상황”을 이유로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관 인력을 일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대사관이 현장 업무를 중단하고 당분간 원격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대사관은 지난달에도 한 차례 임시 폐쇄된 바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과 가족의 출국을 승인했다.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은 “상업 항공편이 운항 중인 동안 출국을 고려하라”고 공지했으며, 미 뉴욕타임스는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대사가 직원들에게 즉각 출국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중국도 이례적으로 강경한 조치를 내놨다. 중국 외교부는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가능한 한 조속히 철수하라”고 권고했으며, 당분간 이란 방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이란 및 인접국 주재 공관이 항공편이나 육로를 통한 출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대사관은 이스라엘 체류 중국인들에게도 불필요한 이동을 삼가고 대피소와 대피 경로를 숙지하라고 당부했다.
‘외교는 계속, 군사는 대비’… 신호는 이미 전시 모드
각국의 잇단 철수 조치는 외교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오만 중재로 열린 최근 미·이란 제네바 협상에서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핵과 제재 문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음 협상은 일주일 이내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중국까지 동시에 자국민 보호에 나선 것은 ‘외교 실패 가능성’과 ‘군사 충돌 돌발성’을 동시에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이 단순한 여행 자제가 아니라 ‘조속한 철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란 정세가 단기간 내 급변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음을 시사한다.
항모 추가 배치… 미국, 군사 옵션 현실화 단계
미국은 중동과 지중해 일대에서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미군은 세계 최대 항공모함으로 꼽히는 USS 제럴드 R 포드의 중동 배치를 앞두고 있으며, 이미 다수의 군함과 공군 전력이 역내에 전개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정연설에서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을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핵 문제뿐 아니라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친이란 무장 세력 지원 문제까지 협상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확전 경고 속 ‘위기 관리’ 시험대 오른 중동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커 튀르크는 역내 확전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우려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함께 제재로 악화된 경제 상황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 채널은 열려 있지만, 각국의 행동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위기 관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동은 제한적 타격을 넘어 다전선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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