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우 정치가 국경을 넘어 세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국내 일부 극우 성향 단체가 미국에서 공개 활동을 벌였다는 소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들이 내세운 것은 정책 경쟁이나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정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부정선거 주장, 종교를 앞세운 선동이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보장하지만, 허위정보와 음모론까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해외 극우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국내 정치에 외부의 영향력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정치권이나 국제사회의 개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적 문제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의 선택으로 해결해야 한다. 외부의 힘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발상은 민주적 주권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극우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보다 적대감을 앞세운다는 데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반복해 사회적 불신을 키우고,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며 갈등을 증폭시킨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제거하는 체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제도 안에서 경쟁하고 타협하는 질서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음모론을 정치의 중심에 세우는 순간 민주주의는 극단주의에 잠식될 위험에 놓인다.
특히 혐오를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삼는 행태는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낳는다. 여성과 이주민, 종교인, 언론인, 특정 지역과 세대를 향한 혐오는 물론, 최근에는 중국과 중국인을 겨냥한 과도한 적대감까지 정치적 구호처럼 소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나 외교를 비판하는 것은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 비판이 중국인 전체나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를 향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진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편견과 배제의 정치일 뿐이다. 국적과 출신을 이유로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는 사회는 결국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
정치권도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극단주의의 언어를 표 계산에 이용하거나 음모론을 묵인하는 순간,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느 정당이든 극단주의와는 명확히 선을 긋고, 사실과 법치에 기반한 정치 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극우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순간 그 피해는 결국 사회 전체에 돌아온다.
언론의 책임도 무겁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자극적인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검증하고 허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시민 역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인 정보보다 객관적 근거와 검증된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지만, 허위정보와 혐오 선동을 보호하는 면허는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다른 의견 자체가 아니다. 사실을 부정하고, 음모론을 퍼뜨리며, 혐오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모든 극단주의가 민주주의의 진정한 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증오가 아니라 법치와 상식, 사실에 대한 존중이다. 극우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와 혐오 정치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를 지키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길이다.
BEST 뉴스
-
“중국인 모욕하면 처벌?” SNS서 번진 논란, 법안을 들여다보니
“앞으로 중국인 욕하면 처벌받는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을 비판해도 처벌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따라붙는다. 과장이라고 넘기기에는 실제 발의된 법안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SNS에 떠도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 -
중국인 무비자 논란이 던진 질문…개방에는 질서와 책임이 따른다
▲ 경기도 부천시에 설치된 무료 생수 나눔 시설. 폭염 속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인터내셔널 포커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고 외국인 입국심사와 범죄... -
확인보다 빠른 의심…한국의 ‘가짜뉴스 시장’은 왜 사라지지 않나
▲ 한국과 중국을 배경으로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건강 이상설과 가짜뉴스 문제를 상징적으로 구성한 이미지. 실제 사건 현장 사진은 아니다. 사진=인터내셔널포커스 출처가 불분명한 영상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이 공유하... -
건보·국민연금 다음은 실업급여…왜 또 ‘중국인’인가
건강보험에 이어 국민연금, 이번에는 실업급여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중국인’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에 공개된 숫자도 눈에 띈다. 2025년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중국동포와 중국 국적자가 77.9%, 지급액으로는 78.9%를 차지했다. 분명 높은 수치다. 그렇다고 ... -
한국은 탄핵에 재미 들었나…툭하면 꺼내 드는 ‘탄핵 카드’
한국 정치에서 ‘탄핵’이라는 말이 부쩍 흔해졌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무총리와 장관, 감사원장, 검사까지 탄핵 대상에 올랐다. 최근에는 대법원장을 둘러싸고 탄핵 이야기가 나왔고, 야권에서는 ‘이재명 탄핵’이라는 말도 거듭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최근 “국... -
청년은 34세까지 문화비 지원…중장년은 왜 대상 밖인가
361억 원에서 7,925억 원으로. 정부가 내년에 추진하려는 청년문화패스 예산이다. 단순히 조금 늘어난 정도가 아니다. 20배가 넘는다. 지원 대상도 기존 19~20세에서 19~34세로 크게 넓어진다. 공연과 전시뿐 아니라 영화, 도서, 체육활동에도 쓸 수 있다.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