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천년의 역사를 품은 발해 문화와 현대 관광 콘텐츠가 만난 중국 지린성 국경도시 훈춘의 발해고진이 여름 관광 성수기를 맞아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당나라 양식의 건축미와 다양한 역사문화 체험, 화려한 야간 콘텐츠가 어우러지며 중국 각지뿐 아니라 러시아 등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문화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오후 시간대에 접어들면 고진은 본격적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푸른 기와와 붉은 기둥으로 꾸며진 당풍(唐風) 성루는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층층이 이어진 처마와 치켜든 귀마루는 천 년 전 '해동성국' 발해의 번영을 떠올리게 하며, 성문을 지나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발해 시대로 들어선 듯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산수테마광장과 경관하천, 산수랑교가 어우러진 공간 곳곳에는 시가 문화벽이 조성돼 있어 관광객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젊은 여행객들은 전통 건축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발해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한다. 수로를 따라 꽃배가 오가고, 당나라 복장을 한 체험객들이 회랑과 석계단을 거닐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거리에는 다양한 먹거리 부스가 들어서 있고 공연장에서는 전통 악기 연주와 민족무용, 무형문화유산 공연이 이어진다. 실경 무대에서는 발해의 건국과 번영을 주제로 한 공연이 펼쳐지며, 당나라 복장을 한 NPC 배우들은 관광객들과 함께 당시 생활상을 재현한다. 미션을 마친 방문객은 기념 은표를 받아 기념품으로 교환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과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장을 찾은 한 학생은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며 발해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이곳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은은한 조명이 성루와 누각을 비추고 회랑을 따라 걸린 붉은 등이 하나둘 불을 밝히면서 낮과는 전혀 다른 야간 경관이 펼쳐진다. 입구에는 야간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긴 줄이 이어지고, '동북의 작은 장안'으로 불리는 풍경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밤이 깊어질수록 공연은 절정을 맞는다. 이곳에서는 150여 명의 NPC와 출연진이 매일 100여 차례 공연을 선보이며 조선족 전통 공연과 역사극, 거리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특히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인 타철화(打铁花) 공연은 대표적인 야간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달궈진 쇳물이 밤하늘을 수놓는 장관이 펼쳐질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셔터 소리도 이어진다.
러시아 관광객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체 방문객의 약 15%를 차지하는 이들은 당풍 건축과 역사문화 체험, 야간 공연을 훈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관광 콘텐츠로 평가한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바비큐 맥주축제는 숯불구이와 공연이 어우러지며 늦은 밤까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운영 관계자는 "예전에는 낮에 둘러보고 떠나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야간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며 "문화관광이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훈춘의 관광산업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훈춘시는 2025년 한 해 동안 관광객 1,064만 명을 유치하고 관광수입 127억900만 위안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43.74%, 57.67% 증가했다. 국경관광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정책이 성과를 거두면서 관광도시로서의 경쟁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발해고진 역시 이러한 성장세를 이끄는 핵심 관광자원이다. 올해 노동절 연휴에는 7만2,4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전년보다 40.58% 증가했으며, 연휴 기간 300회 이상의 공연을 운영해 관광객 체류시간과 지역 소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역사와 공연, 체험, 먹거리, 야간 콘텐츠를 결합한 운영 방식은 '보고 떠나는 관광'에서 '머물며 소비하는 관광'으로 관광 패턴을 바꾸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발해고진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역사를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문화콘텐츠와 관광산업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관광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훈춘시가 추진하는 국경관광 전략의 핵심 거점이자 역사유산을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재탄생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천 년 전 '해동성국'의 유산은 오늘날 관광과 문화, 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자산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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