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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깎아내리면 한국이 강해지는가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08.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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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유난히 차갑다. 온라인에서는 중국 제품의 품질을 조롱하는 표현이 어렵지 않게 등장하고, 중국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혐오성 발언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와 유튜버들은 중국 경제의 위기나 기술적 한계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중국의 성장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장과 유통 현장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 경제는 생각보다 훨씬 깊숙이 중국의 제조업과 공급망에 연결돼 있다.


관세청이 2025년 3~6월 1,576개 수출입업체의 통관·거래 자료 등을 분석하고 67개 업체를 집중 점검한 결과, 23개 업체에서 671억 원 상당의 원산지 표시 위반이 적발됐다. 중국산 리프팅 밴드를 국내에서 다시 포장하면서 ‘Made in China’ 표시를 제거하고 약 13억 원어치를 유통한 사례가 있었고, 중국산 한방용 침을 국내에서 연마·세척한 뒤 국산으로 표시해 약 71억 원어치를 판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중국산 플랜지에 ‘KOREA’를 표시하거나 중국산 열연코일의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이 사례들은 ‘중국산’이라는 표시가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과 동시에 가격과 공급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을 활용하려는 기업의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한국에서 조립하거나 가공했다고 해서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산지는 단순히 어느 나라에서 포장했는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조·가공 과정과 변형 정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중국산 부품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와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행위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한국 사회의 흥미로운 모순이 드러난다. 소비 단계에서는 중국산을 낮게 평가하는 정서가 존재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중국산 소재·부품·완제품을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중국 제품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품질이나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정책과 외교·안보 행보 역시 얼마든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비판이 사실에 근거한 평가를 넘어 중국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대되거나, 중국의 산업적 성취와 경쟁력까지 애써 외면하는 태도로 이어질 때다.


중국 제조업은 이미 과거의 ‘값싼 세계의 공장’이라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배터리 공급망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IEA가 집계한 2024년 세계 전기차 판매에서도 중국 시장은 1,100만 대 이상으로 세계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했다. 태양광·배터리뿐 아니라 전기차·드론·산업용 로봇·조선 등에서도 중국 기업의 존재감은 세계 시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와 중국 의존도 축소에 나서고 있는 것도 역설적으로 중국 공급망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과의 연결을 줄이는 전략은 필요할 수 있지만,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낮게 평가한다고 해서 의존도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중국 담론에서는 이러한 산업 현실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있다. 중국 경제의 침체와 부동산 위기, 기업의 실패는 크게 주목받는 반면 중국 기업이 기술적 성과를 내거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기도 한다. 일부 논객 역시 중국의 약점을 설명하는 데 적극적이면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기 시작한 분야를 평가하는 데는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


언론의 프레임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 언론 전체가 중국을 의도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도한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정치·외교적 특성과 한중 간 갈등 때문에 부정적인 뉴스가 많아지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국제 갈등을 다루는 언론 보도에서는 자국 중심의 프레임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며, 반복되는 부정적 보도가 국민의 상대국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지적돼 왔다.


세계의 중국 인식 역시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 2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여전히 긍정적 평가보다 많았지만, 여러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전년보다 개선됐다. 중국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평가는 경쟁과 경계, 경제적 필요성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분야는 분명히 있다. 반도체와 일부 첨단 제조업, 콘텐츠와 문화산업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영역도 적지 않다. 반대로 중국이 한국을 앞섰거나 생산 규모·공급망·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진 분야도 존재한다.


중국의 성과를 인정한다고 한국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 상대의 실력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국이 지켜야 할 기술과 산업, 새롭게 투자해야 할 분야도 명확해진다.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순간 전략 역시 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친중도 반중도 아니다. 중국의 문제는 비판하되 성과는 인정하고, 경쟁력은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냉정함이다. 중국 공급망을 활용하면서 중국산을 무조건 폄하하거나, 반대로 중국의 성과만 부각하는 태도 모두 현실을 제대로 보는 방식은 아니다.


상대를 깎아내린다고 한국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과대평가할 필요도,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다. 감정과 혐오를 걷어내고 중국의 실력과 한계를 동시에 바라볼 때 한국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배우며, 어디에서 중국을 넘어설 것인지도 보인다.


경쟁의 출발점은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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