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중국인 욕하면 처벌받는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을 비판해도 처벌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따라붙는다.
과장이라고 넘기기에는 실제 발의된 법안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SNS에 떠도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논란이 된 형법 개정안에는 ‘특정 국가, 특정 국가의 국민 또는 특정 인종’을 대상으로 한 허위사실 명예훼손과 모욕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현재 내용대로 통과된다면 중국인이라는 집단을 공연히 모욕하는 행위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중국인만을 겨냥한 조항은 아니다.
그런데 왜 유독 ‘중국인 모욕 처벌’이라는 말이 퍼졌을까.
법안이 나온 배경을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제안 이유에는 혐중 집회에서 등장한 중국인 대상 욕설과 비속어, 중국인의 부정선거 개입 주장 등이 사례로 제시돼 있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는 집단 전체를 겨냥한 표현을 현행 명예훼손·모욕죄로 다루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SNS에서 이 법안을 중국 문제와 연결해 받아들이는 데 나름의 배경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인을 모욕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것과 ‘중국을 비판하면 처벌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중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수도 있고 중국 공산당의 통치 방식이나 외교·안보 정책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정치권력과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국적을 이유로 국민 전체를 싸잡아 욕하는 행위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 그 선이 그렇게 반듯하게 그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교 갈등이나 역사 문제가 불거지면 말은 거칠어진다. 정부를 비판하다 국민 전체를 지칭하는 표현이 섞이기도 한다. 어디까지가 정부와 체제에 대한 비판이고 어디서부터 집단에 대한 모욕인지, 실제 사건에서는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국적이나 인종을 이유로 사람들을 싸잡아 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범죄와 음모를 집단 전체에 뒤집어씌우는 행위까지 모두 표현의 자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를 막겠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처벌의 경계가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의 취지와 별개로 사람들이 먼저 말을 아끼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정부를 거칠게 비판한 표현이 중국인 전체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질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SNS에서는 벌써 “중국인 욕하면 감옥 간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단순해졌다. 그렇다고 이런 우려를 모두 가짜뉴스라고 치부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특정 국가 국민 집단에 대한 모욕을 처벌 대상으로 삼으려는 내용 자체는 법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시행 중인 법은 아니다.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법안이다.
혐오 표현을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지, 형사처벌까지 필요한지, 정치적 비판과 집단 모욕의 경계를 법으로 얼마나 분명하게 가를 수 있는지가 앞으로 따져볼 문제다. 취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처벌 범위를 넓힐 수도 없고, 표현의 자유라는 말만으로 집단을 향한 모욕과 허위사실 문제를 덮을 수도 없다.
오늘은 중국인 문제가 앞에 놓였지만 법이 만들어지면 중국인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다. 미국인도 일본인도, 다른 나라 국민도 같은 기준 아래 놓인다.
누구를 보호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처벌하느냐다.
SNS의 짧은 한마디보다 국회가 앞으로 어떤 선을 그을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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