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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는 가짜뉴스가 넘쳐나는가…시진핑 건강설이 보여준 단면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09.2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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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한국에서 가짜뉴스는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해외 SNS에서 시작된 출처 불명의 이야기가 국내 커뮤니티로 넘어오고 유튜브를 거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외신 보도'라는 이름까지 붙는다. 여러 곳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처음 누가, 무슨 근거로 말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라는 통계는 없다.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의 상황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포털에 익숙한 뉴스 소비 방식에 유튜브와 SNS가 더해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짧은 시간에 크게 번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중국 관련 뉴스에서도 이런 모습은 자주 나타난다.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를 통해 올해 7월 실시한 조사에서 중국에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73.7%였다. 그렇다고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중국 관련 가짜뉴스를 믿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 인과관계를 확인한 조사도 없다.


다만 평소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에 눈길이 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중국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에게 중국 지도부의 혼란이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건강 악화 같은 소식은 더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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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둘러싼 반복적인 건강 이상설을 소재로 가짜뉴스의 생산과 재유통 구조를 형상화했다. 사진=인터내셔널포커스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한두 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7월에는 중국공산당 3중전회 도중 시 주석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퍼졌다. 로이터가 확인한 결과 사진은 3중전회 때 찍힌 것이 아니었다. 약 4개월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촬영된 사진이었다. 뇌졸중설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은 진짜였다. 거기에 붙은 이야기가 달랐다.


올해 9월 인도 방문에서도 건강 이상설이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 주석은 BRICS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예정됐던 정상 만찬에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몸이 좋지 않았다는 소식통의 전언도 외신에 보도됐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몸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는 실신으로 바뀌었다. 곧 뇌졸중과 긴급 입원설이 따라붙었고 사망설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뇌졸중이나 중병을 앓았다는 것을 확인할 만한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인도 외교부도 정상회의 이후 SNS에 퍼진 일부 건강 관련 내용을 가짜이거나 오도하는 정보라고 반박했다.


2년 전 등장했던 뇌졸중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건강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현실도 이런 소문과 무관하지 않다. 알 수 있는 정보가 적으니 그 자리를 추측이 채우기 쉽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과 특정 질병이 있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한국으로 들어오면 속도는 더 빨라진다. SNS 게시물을 커뮤니티가 퍼가고 누군가는 그것으로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 언론이 다시 '온라인에서 확산 중'이라며 보도하면 출처가 불분명했던 이야기도 제법 뉴스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같은 내용이 열 개 매체에 실렸다고 열 곳에서 따로 확인했다는 뜻도 아니다. 출발점을 따라가 보면 모두 같은 게시물 하나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제목 경쟁도 있다. '시진핑 정상 일정 소화'와 '시진핑 또 건강 이상?' 가운데 어느 쪽이 클릭을 더 받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확인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조회수 경쟁은 그 시간을 잘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의혹 제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가 지켜야 할 기본이다. 권력자의 건강이나 권력 내부의 이상 징후를 취재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의혹을 취재하는 것과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옮기는 것은 다르다. 고의로 만든 허위정보까지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덮을 수도 없다.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처벌만 세게 한다고 가짜뉴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거짓 정보가 수십만 명에게 퍼진 뒤 정정보도 몇 줄로 끝나는 것이 적절한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가짜뉴스가 커지는 데는 만드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받아쓰는 곳이 있고 클릭하는 사람이 있고 다시 퍼 나르는 사람도 있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나 국가에 관한 나쁜 소식을 접했을 때는 출처부터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짜뉴스에 가장 쉽게 속는 순간은 황당한 이야기를 만났을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럴 줄 알았다.'


그 말이 먼저 나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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