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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보다 빠른 의심…한국의 ‘가짜뉴스 시장’은 왜 사라지지 않나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09.2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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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중국을 배경으로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건강 이상설과 가짜뉴스 문제를 상징적으로 구성한 이미지. 실제 사건 현장 사진은 아니다. 사진=인터내셔널포커스

 

출처가 불분명한 영상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이 공유하는 정도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거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상 징후’가 ‘건강 이상’이 되고, 조금 더 지나면 ‘위독설’까지 붙는다. 일부 매체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를 기사로 옮기면 그때부터는 제법 그럴듯한 뉴스가 된다.


정작 사실 확인은 뒤늦게 따라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건강을 둘러싼 소문도 여러 차례 이런 과정을 거쳤다. 최근 인도 방문 때도 만찬 불참과 정상회의 장면 등을 근거로 건강 이상설이 퍼졌다. 영상의 앞뒤 맥락보다 특정 장면이 먼저 소비됐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는 또 다른 해석이 붙었다.


중요한 것은 시 주석의 실제 건강 상태가 아니다. 별다른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뉴스처럼 둔갑하는 과정이다.


한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정치적·외교적으로 감정이 얽힌 국가나 인물을 둘러싼 소문이 유난히 빨리 번진다. 중국이나 북한 관련 뉴스에서 이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이나 미국 정치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상대를 싫어할수록 그 상대에게 나쁜 일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는 쉽게 받아들인다. 여기에 조회 수가 붙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기사보다 ‘충격’, ‘위독’, ‘긴급’ 같은 제목이 훨씬 빨리 퍼진다. 사실이 아니어도 일단 클릭을 얻으면 수익은 발생한다. 며칠 뒤 정정보도가 나와도 처음의 자극적인 이야기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먼저 퍼진 이야기는 오래 남고 정정은 좀처럼 같은 속도로 따라가지 못한다.


언론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소개한 뒤 기사 끝에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줄 붙이는 보도가 있다. 형식적으로는 거리를 뒀지만 독자가 기억하는 것은 대개 제목이다. ‘시진핑 건강 이상설 확산’이라는 제목을 읽은 사람에게 마지막 문장의 단서가 얼마나 남을까.


그렇다고 허위정보 문제를 처벌만으로 풀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는 권력이 듣기 싫어하는 주장까지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부와 정치인, 국가 지도자를 향한 의혹 제기와 비판도 보장돼야 한다.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명분이 권력 비판을 막는 도구로 쓰인다면 그것 역시 위험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우리 법 역시 모든 오보와 틀린 정보를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다. 허위·조작된 정보 가운데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를 규율하고 풍자와 패러디 등은 구분한다. 어디까지 법으로 막을 것인지는 그래서 늘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


법의 경계를 따지기 전에 언론이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오히려 단순하다. 확인했느냐는 것이다.


해외 SNS에 올라왔다고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현지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국가 정상의 건강이나 사망설, 쿠데타처럼 파장이 큰 사안이라면 확인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가짜뉴스가 많은 이유를 처벌이 약해서라고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지금의 온라인 정보시장은 틀린 정보를 먼저 내놓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가고, 나중에 바로잡는 사람에게는 별다른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정확성보다 속도가 돈이 되는 순간이 많아졌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사람들은 점점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본다. 내가 싫어하는 국가나 정치인에게 불리한 소식에는 출처가 허술해도 관대하다. 반대로 내가 지지하는 쪽에 불리한 뉴스에는 훨씬 엄격한 증거를 요구한다. 허위정보가 파고들기 좋은 틈이다.


언론 자유가 넓은 사회에서 허위정보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돌아다니는 풍경까지 익숙해질 필요는 없다.


누가 먼저 썼느냐보다 누가 확인하고 썼느냐. 확인되지 않았다면 제목부터 그렇게 쓰는 것. 대단한 원칙도 아니다. 기자라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기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기본보다 클릭이 앞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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