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안대주
무기징역.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내려진 형량이다. 한국 헌정사에서 이보다 더 추락한 대통령은 없다. 흔히 ‘청와대의 저주’라는 말이 따라붙지만, 이번 사안은 미신의 영역이 아니다. 권력을 사유화한 결과가 어디까지 가는지를 보여준 정치적·사법적 결론이다.
윤석열은 끝까지 헌법을 앞세웠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 국가 위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단순했다. 문제는 계엄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목적과 실행이었다.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인을 체포해 입법부를 무력화하려 한 행위가 어떻게 통치 행위가 될 수 있는가.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헌정을 파괴할 수 있는 면허가 아니다.

이번 판결은 법률 판단인 동시에 정치적 종결 선언이다. 윤석열 개인의 몰락을 넘어, 즉흥과 독선으로 운영된 권력 방식에 대한 경고다. 그는 잔혹해서가 아니라 무능해서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준비되지 않은 판단, 제어되지 않는 확신, 비판을 배제한 독주가 국가 시스템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유혈 사태가 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을 면했을 뿐, 사안의 본질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윤석열의 몰락은 개인사로 끝나지 않는다. 계엄 실행에 가담한 군·경 수뇌부가 줄줄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권력 내부 네트워크는 법정에서 해체됐다.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헌정을 위협하는 명령은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거부의 대상이다.
정부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사태는 일선의 일탈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내란이었다. 국가 기능 전반을 동원한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이 나라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시민이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무력도 폭력도 아닌 제도와 집단적 의지로, 대통령의 오판을 차단했다. 이번 사태의 최종 승자는 정치권이 아니라 시민이다.
이제 책임은 현 정부로 넘어갔다. 이재명 정부 앞에는 분명한 갈림길이 놓여 있다. 윤석열을 역사 속으로 봉인하는 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그를 낳은 권력 구조를 손볼 것인가. 분노를 정치적 자산으로만 소비한다면 통합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다 끝났다”며 덮고 가는 순간, 다음 실패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윤석열은 가장 비참하게 퇴장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마도 유일하게, 헌정 파괴 시도를 법원의 판결문에 공식적으로 남긴 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이후다. 이 판결을 통쾌한 응징으로 소비하는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권력은 다시 오만해질 것이고, 그 부담은 다시 시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민주주의는 한 번의 승리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번에 시민이 막아낸 것은 쿠데타였지, 어리석은 권력의 재등장이 아니다. 이 교훈을 잊는다면, ‘청와대의 저주’는 언제든 다시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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