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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⑤] 법 바깥의 세계, 강호…범죄와 결합한 성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01.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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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 공식 권력의 바깥에 존재한 또 하나의 사회

황제의 제도, 사대부의 언어, 향신의 관행, 군벌의 무력은 모두 ‘공식 권력’의 스펙트럼에 속했다. 그러나 중국 사회에는 언제나 이 질서의 바깥에 존재한 세계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강호(江湖)’라 불렀다. 강호는 단일한 집단이 아니었다. 비밀 결사, 범죄 조직, 유랑 집단, 무장 폭력배, 밀수꾼과 사기꾼이 뒤섞인 느슨한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법도, 도덕도, 책임도 없었다. 오직 힘과 생존의 논리만이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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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국가의 실패가 만들어낸 그늘이었다.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곳, 법이 닿지 않는 곳, 혹은 법이 신뢰를 잃은 곳에서 강호는 자라났다. 흉년과 전쟁, 세금과 착취, 내란과 붕괴는 수많은 사람을 공식 질서 밖으로 밀어냈다. 그들은 더 이상 백성도, 시민도 아니었고, 동시에 완전히 범죄자라고 규정되기도 어려운 존재들이었다.

 

이 세계에서 성은 가장 빠르게 상품이 됐다. 강호의 성 문화는 낭만도, 위선도 없이 노골적이었다. 인신매매, 강제 매춘, 성적 착취는 일상적인 생계 수단이었다. 여성과 아이는 가장 취약한 자원이었고, 몸은 교환 가능한 물건으로 취급됐다. 성은 감정이나 관계가 아니라, 현금과 권력으로 환산되는 수단이었다.

 

특히 인신매매는 강호 경제의 핵심 축 중 하나였다. 가난한 농촌, 전란 지역, 고아와 미망인은 주요 표적이었다. 납치와 기만, 채무를 이용한 구속은 흔한 수법이었다. 강호 조직은 이들을 유곽, 군벌 지역, 부유층의 사적 공간으로 공급했다. 국가가 통제하지 못한 성 수요는 강호를 통해 충족됐다.

 

강호의 성 문화는 폭력과 분리될 수 없었다. 성은 쾌락이 아니라 지배의 방식이었다. 협박과 강간, 공개적인 굴욕은 조직 내부의 위계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여성뿐 아니라 약한 남성 역시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강호에서는 누구도 ‘성적 주체’가 아니었고, 모두가 잠재적인 대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강호 역시 나름의 규칙과 언어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일부 비밀 결사나 조직은 ‘의(義)’와 ‘형제애’를 내세웠고,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은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내부 결속을 위한 언어였을 뿐, 성 착취와 범죄 구조를 근본적으로 제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언어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가면으로 기능했다.

 

강호의 여성은 이중으로 착취됐다. 국가 질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했고, 강호 내부에서도 거래 대상이 됐다. 탈출은 쉽지 않았다. 도망쳐도 돌아갈 사회가 없었고, 낙인은 평생 따라붙었다. 강호의 성 문화는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사회가 밀어낸 결과였다.

 

강호는 독립된 세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공식 권력과 끊임없이 연결돼 있었다. 향신은 강호를 통해 불법적인 성 수요를 충족했고, 군벌은 강호 조직을 이용해 여성과 자원을 조달했다. 심지어 일부 관료와 사대부도 강호의 존재를 묵인하거나 활용했다. 강호는 질서의 반대편이 아니라, 질서의 어두운 하청 구조였다.

 

이 공간에서 성은 더 이상 도덕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의 수단이었고, 거래의 대상이었으며, 공포를 유통하는 도구였다. 강호의 성 문화는 사회 질서 붕괴가 인간의 욕망을 어디까지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규제가 사라질 때 자유가 오지 않고, 가장 약한 자의 신체가 가장 먼저 희생된다는 사실을 강호는 증명했다.

 

강호의 세계는 영원하지 않았다. 국가 권력이 회복되거나, 혁명과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강호 조직은 해체되거나 흡수됐다. 그러나 성과 범죄가 결합한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이후 사회가 성을 어떻게 규제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집단적 불안을 남겼다.

 

그리고 그 불안의 비용을 가장 많이 치른 존재가 있었다. 바로 평민이었다. 다음 회차에서는, 가장 많은 규제를 받았지만 가장 적은 선택권을 가졌던 평민의 성 문화를 다룬다. 위의 모든 구조가 결국 누구에게 부담으로 전가됐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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