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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싫어한다면서 왜 마라탕은 먹을까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05.3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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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감정 대립과 소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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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생성 이미지

최근 중국 SNS에서는 한 베트남인 노동자가 올린 영상이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직장에서 중국인 손님이 오면 일부 한국인 관리자들이 뒤에서 불평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한국 사회에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영상 아래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을 비하하거나 한국인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고, 또 다른 이용자들은 "중국인도 한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로 싫어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댓글만 보면 한·중 양국이 서로를 극도로 혐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그럴까.


온라인 혐오가 현실 여론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인터넷 공간은 본래 극단적인 의견이 주목받기 쉽다. 특히 국가 간 문제는 애국주의와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에 과격한 발언이 상위 댓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포털에서도 중국 관련 기사에는 강한 비판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흔하다. 중국 플랫폼에서도 한국 관련 뉴스가 올라오면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다.


하지만 댓글창의 목소리가 곧 전체 국민의 생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회에서는 인터넷에서 보이는 적대감보다 훨씬 복잡하고 현실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싫다고 말하면서도 소비는 계속된다


한·중 관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감정과 소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과 패션, 미용 산업은 여전히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K-팝 역시 각종 규제와 갈등 속에서도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존재하지만 마라탕, 훠궈, 중국식 밀크티,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계 음료 브랜드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치와 감정은 충돌할 수 있지만 소비자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국적보다 실용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 이미지는 바뀌었지만 경쟁 의식은 커졌다


한·중 국민감정이 악화된 배경에는 단순한 역사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국가라는 인식이 강했다. 당시 한국은 중국을 시장으로 바라봤고, 중국은 한국을 선진화 모델 중 하나로 인식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첨단 제조업과 IT 산업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했다. 한국 역시 반도체와 문화산업, 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양국은 이제 협력 대상이면서 동시에 경쟁 상대가 됐다.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상대 국가에 대한 경계심과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베트남인이 본 한국, 또 다른 시선


이번 논란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과 중국이 아니라 베트남인의 시선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중국인 인식을 이야기했지만, 댓글에서는 오히려 "베트남인 역시 한국에서 차별을 경험하지 않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인, 베트남인,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 등 외국인을 향한 편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대로 한국인들도 해외에서 차별이나 편견을 경험했다는 사례를 종종 이야기한다.


결국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나타나는 외국인 인식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감정은 인터넷에 남고 현실은 이익을 선택한다


인터넷에서는 국가 간 갈등이 부각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업들이 거래하고, 관광객들이 오가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한다.


중국 네티즌이 한국을 비판하면서도 한국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인이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중국 음식과 음료를 소비하는 현상은 결코 모순이 아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국가 감정과 개인의 생활을 분리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댓글보다 현실을 봐야 한다


한·중 양국의 온라인 공간에는 상대 국가를 향한 비난이 넘쳐난다. 그러나 댓글창만 보고 국민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적 갈등은 존재할 수 있다. 역사 문제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문화와 경제, 소비 영역에서는 여전히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인터넷에서는 서로를 비난하는 댓글이 올라온다. 그러나 거리에서는 중국 음식점과 한국 브랜드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현재 한·중 관계를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지도 모른다. 감정은 인터넷에서 충돌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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