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전쟁은 우리가 시작한 게 아니다”… 英·佛·獨·伊·希·西, 트럼프 호르무즈 호위 요청 집단 거부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해 동맹국들의 군함 파견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유럽 주요국들이 일제히 선을 그으며 사실상 집단 거부에 나섰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은 “이 전쟁은 우리가 시작한 것이 아니며 직접 개입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동맹국들이 미국의 호위 작전에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미국을 돕지 않으면 NATO의 미래는 매우 나빠질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들은 즉각 거리를 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일 “영국은 더 넓은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충돌이 계속되는 동안 영국 왕립 해군 함정을 걸프 지역에 추가 파견하는 방안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계획이 NATO 주도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측도 같은 날 “독일은 대이란 군사행동에 참여하지 않으며, 어떤 군사적 방식으로도 해협 항행 보장 작전에 가담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전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전쟁 초기부터 유럽의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미국의 강력한 해군도 못하는 일을 몇 척의 유럽 호위함이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가”라며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고, 우리가 일으킨 전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NATO는 영토 방위를 위한 방어 동맹이지 개입 동맹이 아니다”라며 중동 충돌과 NATO를 연결하는 데 반대했다.
스페인 역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스페인 정부는 “충돌을 악화시킬 어떤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그리스도 현재 EU 아스피데스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데 반대했다.
이탈리아도 미국 요청을 거절했다.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는 “이탈리아는 누구와도 전쟁 중이 아니며, 전쟁 지역에 군함을 보내는 것은 곧 전쟁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동맹국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일본은 군함 파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배치는 문턱이 매우 높다”고 밝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신중히 평가하겠다”고 했고, 오스트레일리아는 명확히 파견 불가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유럽 연합 외무장관들은 브뤼셀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해상 안보 대책을 논의했지만, 결국 군사 작전 확대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자 칼라스는 회의 후 “유럽은 무기한 전쟁에 휘말릴 의사가 없다”며 “현재 홍해에서 수행 중인 아스피데스 작전 권한을 바꿀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유럽의 전쟁은 아니지만, 유럽의 이익은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유럽 외교장관들은 트럼프의 압박 방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자비에 베텔은 이를 “사실상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는 40년 동안 동맹국들을 보호해왔는데, 정작 작은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요청은 실제로 도움이 필요해서라기보다 동맹의 충성도를 시험해보려는 목적도 있었다”며 “어떤 나라들은 매우 적극적이지만 어떤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상황은 예상보다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란의 해협 봉쇄 의지와 지역 확전 능력이 당초 예상을 넘어섰다고 인정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장 초반 배럴당 106.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2달러 선으로 소폭 내려왔지만, 올해 초 6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뢰 약화가 동맹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인도 싱크탱크 연구원 레이철 리조는 “워싱턴은 지난 몇 년간 NATO 탈퇴 위협, 유럽 관세 압박 등으로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었다”며 “동맹국들이 이제는 미국 요구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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