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재촉하고, 이란은 부담… 한국 외교 시험대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거듭된 압박 앞에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지만, 섣불리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이란과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 현지 경제 이해관계 훼손이라는 부담이 동시에 뒤따르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7일 “한국이 미국과 중동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일단 국회 논의를 거쳐 국내 여론을 모으면서, 오는 19일 예정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동시에 중동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이 막히면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군사 개입의 대가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두진호 연구위원은 “미국의 추가 압박을 감수할지, 아니면 이란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한국 등 16개 경제권을 상대로 무역조사에 착수한 점을 거론하며 “군사 문제와 통상 압박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외교가는 특히 일본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이 일정 수준이라도 후방 지원이나 순찰 협력에 나설 경우 한국도 같은 선택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국은 지금 시간을 벌고 있다”며 “일본이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보고 대응 수위를 정하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국은 2020년에도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요청을 받았지만, 청해부대 작전 구역만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국 주도 연합체에는 참여하지 않고 독자 작전 형식을 유지하는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미 중동에서 실전 충돌이 벌어지고 있어 단순한 작전 구역 확대만으로는 미국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내부에서는 현재 청해부대 전력만으로는 실질적 호위 임무 수행이 어렵고, 추가 군수 지원까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이자 한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문정인 박사는 “해외 군함 파견은 대통령 혼자 결정할 수 없다”며 “국회 승인과 국내 정치적 합의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고 했다.
실제 한국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충분한 한미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외교부 역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되 즉각적 결론은 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을 여러 차례 직접 거론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에도, 한국에도 수만 명의 병력을 두고 방어해주고 있다”며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동맹국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주한미군 규모를 실제보다 많은 4만5000명으로 다시 언급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실제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 수준이다.
한국 내에서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좁고 복잡한 수역이어서 무인기, 기뢰, 고속정 공격에 취약하다. 군사 개입 자체가 한국 함정을 직접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역시 평화헌법 제약과 중동 원유 의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서울의 판단은 도쿄의 선택과 워싱턴의 압박 수위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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