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라 부르지 마라.”
한국 사회는 지금, ‘같은 민족’보다 ‘다른 나라 사람’을 먼저 선택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들은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일 뿐”이라며 ‘조선족’이라는 명칭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동포’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따라붙고, ‘조선족’이라는 단어에는 분명한 거리 두기가 실린다.
이름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호칭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를 ‘우리’로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인식의 충돌이다.
한쪽은 말한다. 같은 민족적 뿌리를 공유하는 만큼 ‘동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존중과 포용의 언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들은 정책적으로도 ‘재외동포’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선을 긋는다. 이들은 한국인이 아닌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며, ‘조선족’이라는 명칭이 가장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동포’라는 말은 현실을 흐리고 감정을 강요하는 표현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결국 이 논쟁의 본질은 분명하다.
‘동포’는 관계를 말하고, ‘조선족’은 경계를 말한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는 점점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온라인 여론은 이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보다 ‘다른 국가의 사람’이라는 구분이 앞서고 있다.
이 인식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가장 큰 원인은 미디어다.
한국의 범죄 영화와 드라마는 오랜 시간 조선족을 범죄 조직이나 폭력 집단으로 묘사해왔다. 여기에 사건 중심 보도가 더해지며 ‘조선족 범죄’라는 프레임이 반복적으로 강화됐다. 일부 사례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소비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그러나 통계는 다르다. 국내 조선족의 범죄율이 한국인보다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이미 형성된 이미지는 사실보다 더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등 기피 노동 현장을 지탱하는 조선족 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의 한 축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이 커질수록, 이들을 향한 경쟁 심리와 배타적 정서 역시 함께 확대된다. 구조적 불안이 특정 집단으로 전가되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결국 문제는 단어가 아니다.
그 단어에 덧씌워진 의미다.
‘조선족’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분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차별의 경험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동포’라는 표현이 해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인식이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를 보여준다. 많은 한국인들은 ‘동포’라는 말 자체를 거부하고, 더 분명한 구분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선을 긋고 있는가.
조선족은 한국인과 같은 민족적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중국이라는 다른 사회 속에서 살아온 집단이다. ‘같지만 다른 존재’다. 이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그 차이를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미 약 60만 명이 넘는 조선족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현실의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름을 통해 거리를 먼저 정하려 한다.
결국 이름 논쟁은 선택의 문제다.
포용의 언어를 택할 것인가, 구분의 언어를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한국 사회가 타인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BEST 뉴스
-
중국인 무비자 논란이 던진 질문…개방에는 질서와 책임이 따른다
▲ 경기도 부천시에 설치된 무료 생수 나눔 시설. 폭염 속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인터내셔널 포커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고 외국인 입국심사와 범죄... -
“중국인 모욕하면 처벌?” SNS서 번진 논란, 법안을 들여다보니
“앞으로 중국인 욕하면 처벌받는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을 비판해도 처벌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따라붙는다. 과장이라고 넘기기에는 실제 발의된 법안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SNS에 떠도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 -
확인보다 빠른 의심…한국의 ‘가짜뉴스 시장’은 왜 사라지지 않나
▲ 한국과 중국을 배경으로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건강 이상설과 가짜뉴스 문제를 상징적으로 구성한 이미지. 실제 사건 현장 사진은 아니다. 사진=인터내셔널포커스 출처가 불분명한 영상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이 공유하... -
건보·국민연금 다음은 실업급여…왜 또 ‘중국인’인가
건강보험에 이어 국민연금, 이번에는 실업급여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중국인’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에 공개된 숫자도 눈에 띈다. 2025년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중국동포와 중국 국적자가 77.9%, 지급액으로는 78.9%를 차지했다. 분명 높은 수치다. 그렇다고 ... -
청년은 34세까지 문화비 지원…중장년은 왜 대상 밖인가
361억 원에서 7,925억 원으로. 정부가 내년에 추진하려는 청년문화패스 예산이다. 단순히 조금 늘어난 정도가 아니다. 20배가 넘는다. 지원 대상도 기존 19~20세에서 19~34세로 크게 넓어진다. 공연과 전시뿐 아니라 영화, 도서, 체육활동에도 쓸 수 있다.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 -
중국인이 한인타운에서 태극기를 찢는다면
▲ 차이나타운 앞 오성홍기 훼손 논란을 계기로 ‘중국인이 한인타운에서 태극기를 찢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담아 표현한 일러스트. [인터내셔널포커스] 차이나타운 앞에서 오성홍기를 찢는 영상을 봤다. 중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려는 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