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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라 부르지 마라?”… 이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 안대주 기자
  • 입력 2026.03.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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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라 부르지 마라.”

 

한국 사회는 지금, ‘같은 민족’보다 ‘다른 나라 사람’을 먼저 선택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들은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일 뿐”이라며 ‘조선족’이라는 명칭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동포’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따라붙고, ‘조선족’이라는 단어에는 분명한 거리 두기가 실린다.


이름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호칭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를 ‘우리’로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인식의 충돌이다.


한쪽은 말한다. 같은 민족적 뿌리를 공유하는 만큼 ‘동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존중과 포용의 언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들은 정책적으로도 ‘재외동포’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선을 긋는다. 이들은 한국인이 아닌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며, ‘조선족’이라는 명칭이 가장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동포’라는 말은 현실을 흐리고 감정을 강요하는 표현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결국 이 논쟁의 본질은 분명하다.

‘동포’는 관계를 말하고, ‘조선족’은 경계를 말한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는 점점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온라인 여론은 이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보다 ‘다른 국가의 사람’이라는 구분이 앞서고 있다.


이 인식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가장 큰 원인은 미디어다.


한국의 범죄 영화와 드라마는 오랜 시간 조선족을 범죄 조직이나 폭력 집단으로 묘사해왔다. 여기에 사건 중심 보도가 더해지며 ‘조선족 범죄’라는 프레임이 반복적으로 강화됐다. 일부 사례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소비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그러나 통계는 다르다. 국내 조선족의 범죄율이 한국인보다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이미 형성된 이미지는 사실보다 더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등 기피 노동 현장을 지탱하는 조선족 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의 한 축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이 커질수록, 이들을 향한 경쟁 심리와 배타적 정서 역시 함께 확대된다. 구조적 불안이 특정 집단으로 전가되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결국 문제는 단어가 아니다.

그 단어에 덧씌워진 의미다.


‘조선족’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분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차별의 경험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동포’라는 표현이 해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인식이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를 보여준다. 많은 한국인들은 ‘동포’라는 말 자체를 거부하고, 더 분명한 구분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선을 긋고 있는가.


조선족은 한국인과 같은 민족적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중국이라는 다른 사회 속에서 살아온 집단이다. ‘같지만 다른 존재’다. 이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그 차이를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미 약 60만 명이 넘는 조선족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현실의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름을 통해 거리를 먼저 정하려 한다.


결국 이름 논쟁은 선택의 문제다.

포용의 언어를 택할 것인가, 구분의 언어를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한국 사회가 타인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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