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과 극우 정치의 자해극
판사 출신이라는 장동혁은 판결문에서 “논리적 허점”과 “마지막 양심의 흔적”을 읽어냈다고 했다. 정치인이 판결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내란 우두머리 유죄 판결 직후, 정당 대표가 법원의 판단을 흔들며 전직 대통령을 감싸는 모습은 비판을 넘어 사법 불복의 경계에 있다. 이것은 법치의 언어가 아니라 선동의 언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온 ‘절윤’ 요구에 대해 장동혁은 이를 “분열의 씨앗”으로 규정하며, 오히려 그런 목소리와 “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을 묻는 쪽이 분열 세력이고, 내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을 끌어안는 쪽이 통합이라는 주장이다.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논리는 낯설지 않다. 극우 정치가 늘 써 온 방식이다. 잘못을 지적하면 내부의 적이 되고, 반성 요구는 배신으로 둔갑한다. 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은 언제나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장동혁의 기자회견은 보수의 해명이 아니라, 극우의 자기방어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장동혁을 끊어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계파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 정체성의 문제다. 보수는 법치와 책임 위에 서야 한다. 그런데 장동혁은 법치를 흔들며 특정 인물의 방패가 되는 길을 택했다. 정당을 대통령 개인의 사후 방어선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장동혁은 민주당의 탄핵과 예산 삭감을 “내란에 준하는 행위”로까지 비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 사용했던 논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발언이다. 정치적 견제를 폭력으로, 제도적 갈등을 내란으로 바꾸는 순간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이는 보수가 지켜온 헌정 질서에 대한 배신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윤석열 탄핵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다. 이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각인되는 순간, 중도층은 등을 돌릴 것이다. 이미 당 중진들 사이에서조차 “선거를 앞두고 누구 좋으라고 이러느냐”는 탄식이 나온다. 장동혁의 고집은 용기가 아니라 무책임이다.
보수의 위기는 야권에 있지 않다. 거리의 선동에도 있지 않다. 지도부의 판단 실패에 있다. 장동혁은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음으로써 국민과 멀어지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보수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보수는 특정 개인의 방패가 아니다. 국가의 안전판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장동혁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안전판이 아니라, 이미 무너진 권력을 떠받치려는 마지막 받침대처럼 보인다. 극우의 언어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고, 극우의 정치로는 보수를 살릴 수 없다.
윤석열을 끊지 못하는 순간, 보수는 미래를 잃는다. 장동혁이 지금 끊어내야 할 것은 비판 세력이 아니라, 극우 정치라는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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