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코너킥으로만 득점한다.”
“선수들은 어리고, 쓸모없다.”
“일본은 이미 끝났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 말이 사실이라면 좋겠지만, 문제는 축구가 언제나 말과 반대로 흘러왔다는 점이다. 이런 발언은 종종 상대를 무너뜨리기보다, 잠자고 있던 본능을 깨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괜히 잠자는 사자를 건드린 건 아닐까.
U23 아시안컵 결승전을 앞두고 중국 매체를 중심으로 일본을 향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준결승에서 베트남을 3-0으로 완파한 직후라 기세가 오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의 최근 모습만 놓고 “끝났다”고 단정하기엔, 축구는 너무 잔인한 스포츠다.

실제로 일본의 토너먼트 경기력은 화려하지 않았다. 요르단과는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간신히 살아남았고, 한국전에서도 1-0 신승에 그쳤다. 조별리그에서 쏟아냈던 다득점의 기세는 사라졌다. 문제는 명확하다. 골을 넣어야 할 선수들이,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도와키 유타와 브라이언 은와디케. 일본이 기대를 걸었던 두 스트라이커의 득점은 각각 페널티킥 1골이 전부다. 흐름 속에서 상대 골문을 흔들어 놓은 장면은 아직 없다. 요르단전에서는 브라이언이 찬스를 놓쳤고, 한국전에서는 도와키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일본이 손을 놓고 있는 팀은 아니다. 사토 류노스케라는 확실한 중심이 있다. 다만 결승 라운드에 들어서며 상대의 압박 강도는 한 단계 올라갔고, 사토에게 쏠리는 부담 역시 무거워졌다. 공격 조율, 압박, 빌드업까지 모두 책임지는 상황에서, 매번 골문 앞에 얼굴을 들이밀기엔 체력도, 여유도 부족하다.
그래서 다시 시선은 스트라이커에게 돌아온다.
결국 결승전은 “누가 한 번을 넣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도와키. 한국전은 이 선수의 가능성과 불안이 동시에 드러난 경기였다. 191cm의 체격, 그 체격에서 나오기 힘든 스피드.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만 놓고 보면 분명 ‘재료’는 특별하다. 센터백을 등지고 달려 나가는 순간마다, 관중석에서는 기대의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슈팅은 거칠었고, 판단은 성급했다. 전반 40분, 숫자 싸움에서 완벽히 앞선 역습 상황에서 무리한 원터치 패스로 흐름을 끊어버린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침착하게 볼을 소유했어도,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도와키는 급했다. 너무 급했다.
해설을 맡은 사토 히사토가 “플레이 선택이 맞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 장면은 ‘판단’이 아닌 ‘기세’로 플레이한 결과였다.
혹시 왼발 컨트롤이나 인지에 대한 불안이 있다면, 더더욱 다듬어야 한다.
18세에 벨기에 2부로 떠났던 유망주는 결국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J리그 복귀가 결정됐다. 한국전은 그가 아직 ‘완성품’이 아니라, 손질이 필요한 원석임을 다시 확인시킨 경기였다.
그래서 결승전이 흥미롭다.
중국의 도발은 일본을 얕잡아본 말일 수도 있고, 의도된 심리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 역사에서 이런 말은 종종 상대를 깨운다. 조용하던 팀이,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는 순간은 언제나 이런 타이밍에서 나왔다.
“일본은 끝났다.”
그 말의 진위를 가릴 시간은 길지 않다.
결승전 90분.
잠자는 사자가 다시 눈을 뜰지, 아니면 정말로 잠든 채 끝날지는, 그라운드가 답을 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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