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공습 다음 날인 22일(현지시각), 이란 의회는 전략적 응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안을 승인했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이자 중동 안보의 뇌관인 이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은 중국의 개입을 촉구하며 국제적 공방의 새 국면을 열고 있다.
이날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인 마르코 루비오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을 설득해 해협 봉쇄를 막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경제적으로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대응 옵션을 갖고 있지만, 이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의 문제”라는 그의 발언은, 미국이 자초한 위기를 중국에 넘기려는 모양새다.
이란의 대응 기류는 확고해 보인다. 터키를 방문한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핵시설을 공격함으로써 매우 심각한 금기를 넘었다”며 “우리는 합법적인 자위권을 근거로 반드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해선 “이란은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란 국영 언론은 이날 의회의 봉쇄 지지 결정을 보도하면서도,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징성은 분명했다. 해협 봉쇄는 단순한 군사적 보복이 아니라, 국제 원유 시장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최후 수단’임을 천명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만과 이란 사이의 좁은 바닷길로, 걸프산 석유가 전 세계로 나가는 사실상 유일한 해상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하루 2천만 배럴, 세계 원유 소비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해 운송됐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바로미터인 이 해협이 닫히면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공급망 불안은 전 세계 산업 전반에 연쇄적 충격을 줄 수 있다.
CNBC 등 주요 외신은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시장 분석업체 라피단 에너지의 설립자 밥 맥널리는 “시장에서는 미국 해군이 며칠 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에너지 고문을 지냈다.
유럽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 프랑스 정보관 클로드 모니케는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유럽은 에너지 대란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자재와 소비재 수입의 지연, 항만 혼잡, 해상 보험료 급등 등 해운망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제조업과 농업, 물류 산업 등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자국의 제5함대가 바레인에 주둔하며 해협을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만약 해협 통제를 “부분적”으로 하거나, 중국 및 친이란 국가에 한정해 항로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실제로 이란은 전체 원유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양국은 이미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루비오가 굳이 중국을 언급한 이유는 뚜렷하다. 미국의 독자적 군사행동으로 촉발된 위기에 중국을 끌어들여 국제적 공동책임으로 포장하려는 셈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선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법과 외교의 틀을 벗어난 군사 공습을 감행한 책임이 더 무겁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단지 이란과 미국 간의 대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중동과 아시아, 유럽, 전 세계 에너지 질서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지정학적 감수성’의 문제다. 미국이 진정으로 해협 안정을 원한다면, 공습 이후의 긴장 고조를 외부에 돌리기보다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불씨부터 수습하는 것이 먼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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