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이란에서 물가 상승과 통화 가치 급락을 계기로 시위와 소요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새로운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이란 정부가 치안 불안을 이유로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자, 일부 시위대가 스타링크를 통해 시위 장면을 해외로 전파하면서 당국과의 ‘정보전’이 본격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이란 내 일부 이용자들이 스타링크에 의존해 시위 영상을 외부로 송출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이란 당국이 전파 방해를 강화하고 사용자 색출과 수신기 압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주 국내 인터넷 연결의 상당 부분을 차단하고 전화와 문자 서비스도 제한했다. 정부는 11일 국민들에게 공식 통신망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라고 공지했다.
이란 사이버공간 관리기관은 12일 “국가 안보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인터넷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해제 시점은 치안 여건을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 뱅킹과 전자상거래 등 필수 서비스는 국가 정보망을 통해 유지하고, 자국 메신저·검색엔진·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를 통해 불편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위대 일부는 스타링크를 활용해 외부와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테헤란의 한 이용자는 11일 스타링크를 통해 촬영된 시위 영상을 업로드한 뒤 해외 제3자에게 전달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링크를 보유한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신뢰하는 사람에게만 영상을 넘긴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터넷 자유 옹호 단체 관계자는 이란 정부의 전파 방해로 접속 속도가 떨어졌지만 완전 차단은 아니라며, 신호가 양호할 때를 골라 최대한 많은 자료를 전송한다고 전했다. 가디언도 밀수된 소수의 스타링크 단말만 제한적으로 연결이 가능하며, 일부는 VPN을 사용하거나 단말 위치를 옮겨 추적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응 역시 노골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스타링크 소유주와 이란의 인터넷 복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 시민단체를 인용해 스페이스X(SpaceX)가 이란 내 스타링크 구독료를 면제해 단말 보유자는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다만 회사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비영리단체 ‘미안(Miaan)’의 디지털 권리 담당자는 “이는 전자전”이라며 “시위가 집중되는 지역과 야간 시간대에 전파 방해가 가장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내 스타링크 단말이 수만 대에 달하며, 군사용 수준의 전파 방해 장비가 국지적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장기화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문화계 인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위대의 신속한 동원을 차단해 열기를 식히려는 단기적 조치”라며 “이란 경제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에 의존하는 만큼 단계적 복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국내 혼란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이란 대통령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경제적 어려움 해결에 나서겠지만 외부 세력이 폭력을 선동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고국가안보위원회도 이번 시위가 외부의 기획과 통제 아래 국가 안보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단기적으로는 질서 회복에 주력하되, 대규모 유혈 진압을 피하고 사회적 대화를 병행하는 것이 향후 정국 안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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