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회 내부에서 ‘영토를 양보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전쟁으로 인한 인명·경제적 피해가 누적되면서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 과거에는 금기로 여겨졌던 ‘영토 포기’가 현실적 선택지로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도네츠크(돈바스) 지역에서 무용 스튜디오를 운영해 온 율첸코를 인터뷰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고향을 떠나고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돈바스 일부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평화가 최우선”이라며 “돈바스를 포기한 뒤 전쟁이 완전히 끝난다는 보장이 있다면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제 조건으로 강력한 전후 안보 보장을 요구했다. 율첸코는 “확실한 국제적 약속이 없다면, 큰 희생을 치르고도 러시아가 다시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태도 변화가 일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영토 문제에서의 양보 없이는 평화 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미점령 영토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 사회의 기존 인식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미국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돈바스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돈바스는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주의 약 20%를 여전히 통제하고 있으나 루한스크주는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이 지역은 핵심 산업지대로, 우크라이나군이 수년간 막대한 병력을 투입해 방어해 왔다.
여론조사 결과도 변화 조짐을 보여준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5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가 “어떠한 경우에도 영토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확실한 안전 보장’을 전제로 40%가 돈바스 포기에 동의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우크라이나인은 여전히 영토 양보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 등 혹독한 상황이 이어지더라도, 영토를 내주고 얻는 평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돈바스 포기가 사회적 분열을 낳을 수 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 수호의 상징’에서 ‘러시아의 영토 점령을 허용한 지도자’로 평가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돈바스 지역에는 약 19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돈바스에서의 일방적 철군에 반대하고 있으나, 전황 변화에 따라 양측 모두 일정한 타협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왔다. 그는 전선에서 양측이 동일한 거리만큼 후퇴하는 ‘비무장 완충지대’ 구상도 언급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이러한 논의 자체가 우크라이나 사회의 깊은 전쟁 피로를 보여준다”며 “‘영토와 평화의 교환’이 더 이상 금기만은 아닌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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