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강력 반발’… 파나마 대통령 “야만적 행위, 용서 못 해”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정부가 파나마에서 발생한 화교 기념비 강제 철거 사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파나마 대통령도 이를 “야만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즉각적인 복구를 지시했다.
현지시간 12월 27일 밤, 파나마 아라이한(Arraiján) 시 정부는 사전 통보나 화교 사회와의 협의 없이 파나마 운하 서쪽 미주대교(Puente de las Américas) 전망대에 위치한 중·파 우호공원과 화교 파나마 이주 150주년 기념비를 강제 철거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화교 사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사건 직후 중국 주파나마 대사관은 28일 성명을 내고 “극도의 충격과 강한 분노를 느끼며, 이번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파나마 대통령실은 공식 발표를 통해 “기념비 철거에 명확히 반대하며, 원래 자리에서 즉각 복구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아라이한 시장이 화교 기념비를 철거한 행위는 어떠한 정당성도 없으며, 전적으로 ‘야만적 행위’”라고 직격했다. 그는 “파나마 화교 공동체는 오랜 역사를 갖고 이 땅에 뿌리내려 살아온 구성원으로, 마땅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이어 “충격적이며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약 3시간 뒤 추가로 “정부가 문화부와 협의해 해당 기념비를 역사유산으로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이 같은 보완 조치가 아라이한 시장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파나마 유력 일간지 라 프렌사(La Prensa)는 29일 보도를 통해, 파나마 정부가 문화부에 지시해 화교 사회와 함께 기념비를 공동 복구하고 이를 역사유산의 일부로 보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 성명은 “이번 철거는 야간에 기습적으로 이뤄졌고, 사전 공지나 화교 사회와의 대화, 국가 관계 부처와의 협의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아라이한 시의 조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주파나마 대사관은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공원과 기념비는 특정 단체나 지방정부의 소유물이 아니라 파나마 국가의 자산이자 중·파 양국 국민의 공동 정신적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71년 전 수많은 중국인이 태평양을 건너 파나마에 도착해 양대양 철도 건설에 참여했고, 그중 상당수는 운하 주변에 묻혀 있다”며 “이후 화교들은 다른 민족과 함께 파나마 발전의 중요한 축이 됐다”고 밝혔다.
파나마 정부는 화교의 공헌을 기리기 위해 2004년 3월 30일을 ‘화교의 날’로 지정했으며, 같은 해 화교 사회의 모금과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중·파 우호공원과 화교 이주 150주년 기념비가 건립됐다.
대사관은 또 “화교 사회는 2024년부터 아라이한 시 정부와 수차례 소통하며 공원 보존을 요청했고, 올해 철거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에는 보수 비용 부담 의사까지 밝혔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대사관의 협조 제안 역시 묵살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은 이번 철거가 “파나마가 지켜온 역사 존중과 개방·포용의 전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엄중 처벌 ▲화교 사회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한 원위치 복구를 촉구했다. 아울러 파나마 화교들에게는 “현지 법률과 문화 관습에 따라 이성적으로 합법적 권익을 수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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