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산툰 구월
박태일
모아산 질러 넘다
왼쪽으로 내려 서면
화룡에서 룡정에서 너른 평강 들 타고 내린
해란강 걸음걸음
고요하다
동성진 너머 리민 너머
옥수수 키잡이로 서서
파랗게 쏘다니는 구릉 마을
집들은 산협의 가난을 풀풀 날리고
창유리 깨진 틈으로 도닥도닥
옛말 드난다 개산툰
개산툰 구월은
두만강 건너 회령 산천 어디서
오득오득 개암이나 씹는 것일까
걸어 내리고 오르는 시장 마당
지난주 건너왔을 북녘 소식은
어느 집 낮술에 비틀거리고 있을까
아는 이 친척도 없이 나는
이 골짝에 갇혔다
장대교회 붉은 십자가가 국경 철책을 바라고 선
뒹겨장 빛깔 어두운 흙길 따라
룡정으로 연길로 나가는
버스는 그치고
택시 기사 둘 버드나무 아래
버드나무 그늘인 양 빈둥거리는 너머
두만강 수척한 물빛을 숨기며
개산툰 구월은 이제
입을 다문다.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 인터내셔널포커스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이 나라는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한국에서 본 현실”
나는 한국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본 적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밤이 되면 유리처럼 반짝이는 도시, 완벽한 얼굴을 한 사람들, 사랑과 성공이 정교하게 배치된 이야기들. 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까지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한국은 어... -
시속 300km의 고속철, 금연 정책은 정지궤도
중국 출장길,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첨단 고속철에서 내린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미래가 아닌 과거의 잔상이었다.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승강장을 가득 채운 매캐한 담배 연기가 밀려왔다. 줄을 선 승객들 사이, 열차 출입구 주변, 이동 통로까지 곳곳에서 당연하다는 듯 불꽃이 일었다. 처음에는 단순... -
워싱턴으로 향하는 한국 정치…동맹은 전략인가, 도구인가
생성 이미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익숙한 흐름이 드러났다. 국내 정치의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일부 정치권은 워싱턴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한다. 동맹과 안보를 강조하는 발언은 이어지지만, 그 맥락은 외교라기보다 국내 정치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