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관광객으로 붐비는 마드리드와 지중해 연안 도시의 화려한 풍경 뒤에서 스페인 사람들의 주거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집값과 임대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르면서 참아왔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3일 마드리드를 비롯한 스페인 50여 개 도시에서 주거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마드리드 집회에는 당국 추산 약 7만 명이 참가했다. 일부에서는 총파업까지 거론됐다. 주거 문제가 개인의 형편을 넘어 세대와 노동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최근 여론에 불을 붙인 사건도 있었다. 마드리드에서 약 70년 동안 같은 집에 세 들어 살던 87세 여성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이 퇴거당한 사연이다.
임차인 단체에 따르면 집주인이 바뀐 뒤 월세를 약 500유로에서 2650유로로 올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후 1650유로로 낮춰졌지만 결국 퇴거 절차가 진행됐다. 한 노인의 사연은 순식간에 스페인 주거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시장 상황도 심상치 않다. 올해 2분기 스페인 주택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올랐고 기존 주택은 12.9% 뛰었다. 8월 평균 매물 임대료 역시 ㎡당 15.1유로로 1년 전보다 5.8% 상승했다.
관광산업의 호황은 주거시장에서는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발레아레스 제도와 지중해 연안 관광지에서는 장기 임대주택이 수익성이 높은 관광객 대상 단기 숙박으로 빠져나가면서 현지 주민이 구할 수 있는 집이 줄었다는 불만이 크다.
해외 자금도 몰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외국인의 스페인 주택 매입은 전체 거래의 15.98%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발레아레스 제도에서는 32%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외국인과 관광객만 탓해서는 지금의 위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에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공공임대 기반도 취약하다. 사회주택 비중은 전체 주택의 약 1.5~1.7% 수준에 머문다. 가격이 급등했을 때 서민층이 버틸 수 있는 안전판이 얇은 셈이다.
해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충돌도 거세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퇴거를 막고 기존 계약의 임대료 동결을 연장하는 한편 단기임대 규제를 강화하려 했지만 관련 대책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임차인 단체는 임대료 대폭 인하와 안정적인 임차권 보장을 요구한다. 반대쪽에서는 지나친 가격 규제가 집주인들을 임대시장에서 떠나게 해 공급 부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맞선다.
그 사이 가장 큰 압박을 받는 쪽은 젊은 세대다. 집값은 소득보다 빠르게 뛰었고 높은 월세를 감당하고 나면 내 집 마련을 위한 돈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관광객은 계속 들어오고 부동산 투자금도 몰리지만, 그 도시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스페인 거리에서 터져 나온 분노는 집값 몇 퍼센트가 올랐느냐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가 돈을 벌수록 왜 주민들은 밀려나야 하느냐는 질문이 그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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