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언급하면서도 중동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자,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크섬(Kharg Island)을 겨냥한 군사행동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군사적 실행 가능성과 달리, 전략적 실익은 제한적이고 리스크는 매우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르크섬은 면적은 작지만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에너지 심장’이다. 페르시아만 북부에 위치해 대형 유조선이 접안 가능한 심해 항구를 갖췄고, 최대 3000만 배럴 규모의 저장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섬이 마비되면 이란 경제는 즉각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정보당국도 과거 “이란 석유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로 평가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하르크섬은 군사적으로 ‘매력적인 목표’로 꼽힌다. 미군은 해병대와 공수부대 추가 투입을 검토 중이며, 단기간 내 점령 자체는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점령 이후다.
과거 나토(NATO) 최고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작전 초기부터 난관이 많다”고 지적한다. 미군은 먼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이란의 드론·탄도미사일·기뢰 공격에 노출된다. 섬 인근에 도달하더라도 약 160km 범위에서 제공권과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 상륙함이 타격받을 가능성, 섬에 거주하는 수천 명 민간인 문제도 부담이다.
정치적 파장도 변수다. 미국외교협회 전 회장 리처드 하스는 “이 작전은 막대한 군사 자원을 소모할 뿐 아니라, 미국이 이란 석유를 노린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중부사령부 전 사령관 조지프 보텔 역시 “섬 점령보다 이후 방어와 보급이 훨씬 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핵심 의문은 ‘하르크섬 점령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열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섬을 잃더라도 전략적 양보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보복 수위를 높이며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이란은 이미 대비 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하르크섬에 병력과 방공망을 추가 배치하고,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지뢰까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침범 시 관련 국가 핵심 인프라를 무제한 타격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미국이 하르크섬을 점령할 경우, 이란의 보복이 페르시아만 전역의 에너지 시설로 확산되며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하르크섬은 이란 경제를 겨누는 ‘급소’지만, 동시에 전쟁을 키울 수 있는 ‘위험한 카드’다. 점령 자체보다 그 이후의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나리오는 ‘결정적 한 수’라기보다 판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고위험 승부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BEST 뉴스
-
모디가 두 번 물었다 “괜찮아요?”…시진핑 ‘건강 이상설’ 영상 확인해보니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고 있다. [사진=중국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건강 이상설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연... -
미중 정상회담, 무엇을 얻었나…새 합의 나왔지만 남은 숙제 더 크다
▲ 2026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주요 참모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왕이 외교부장과 허리펑 부총리,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 -
영화가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나…‘암살자(들)’이 던진 불편한 질문
[인터내셔널포커스]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한 영화 한 편이 스크린 밖에서 더 시끄럽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끌어왔다. 당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고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 -
러시아 제재까지 낮춘 미국…우크라이나보다 급해진 기름값
▲ 러시아산 경유 거래에 대한 미국의 한시적 제재 완화로 에너지 공급과 대러 압박 정책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정유시설과 유조선을 표현한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막아놓았던 경유 거래를 한시적... -
중국에 등록된 아리랑·판소리…문화유산 보호인가, 문화공정인가
[인터내셔널포커스] 아리랑과 판소리, 김치 제조기술, 추석 풍습까지. 한민족의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전통문화가 중국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실이 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조선족이 계승해 온 문화를 보호한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유산의 전승과 역사적 기원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히 남아 ... -
매립 끝낸 중국, 이제 활주로로…남중국해 ‘새 거점’ 윤곽
[인터내셔널포커스]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의 앤털로프 리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매립이 진행된 데 이어 최근에는 활주로로 추정되는 구역의 공사가 뚜렷해졌다.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던 단계에서 항공기 운용을 염두에 둔 기반시설 조성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9월 25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