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미국의 대표적 기술정책 싱크탱크가 중국의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정밀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산업 지형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세계 10대 첨단 산업 가운데 7개 분야에서 이미 미국을 앞섰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정보기술·서비스, 컴퓨터·전자제품, 화학, 기계설비 등 세계 핵심 첨단 산업 10개 분야의 생산 규모와 성장 흐름을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컴퓨터·전자제품, 화학, 기계설비, 기초금속, 자동차, 금속제품, 전기장비 등 7개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차지했다.
특히 기계설비 분야에서 중국의 글로벌 생산 비중은 33%를 넘어섰고, 기초금속과 전기장비 분야에서는 약 40%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국은 정보기술·서비스, 제약, 항공우주 중심의 기타 운송장비 등 3개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중국 첨단산업 성장 속도에도 주목했다. 중국의 세계 첨단산업 생산 비중은 1995년 3.5% 수준에서 2022년 24.9%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2.3%를 기록했다. ITIF는 “글로벌 첨단산업의 중심축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첨단산업 점유율은 1995년 86%에서 2022년 58%로 낮아진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제조국 비중은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기술 경쟁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분야를 둘러싼 평가도 엇갈렸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 산하 AI 안전혁신센터(CAISI)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AI 모델 ‘딥시크 V4’가 미국 GPT-5 계열과 유사한 성능을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글로벌 AI 전문 매체와 분석기관들은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AI 전문 매체 더 디코더(The Decoder)는 CAISI 분석이 정치적 목적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고, 암호화폐·AI 전문매체 디크립트(Decrypt)는 민간 분석기관 자료를 인용해 중국과 미국 최상위 AI 모델 간 성능 격차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지난 4월 발표한 ‘2026 AI 인덱스 보고서’ 역시 비슷한 흐름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국 최고 AI 모델과 중국 최고 모델 간 성능 점수 차이는 2.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후 양국 모델이 성능 순위 1위를 번갈아 기록한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세에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는 두드러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24년 중국 기업들의 첨단산업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260억 달러에서 1650억 달러로 약 5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은 150% 증가에 그쳤다.
중국은 산업공학, 전자·전기장비, 일반산업, 자동차·부품 분야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공학 분야의 경우 중국 비중은 11%에서 28%로 급등한 반면 미국은 27%에서 14%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중국 제조업 기반 자체가 첨단산업 경쟁력의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유엔 산업분류 기준상 모든 제조업 분야를 갖춘 세계 유일의 국가이며, 제조업 생산 규모는 세계 전체의 약 35%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약 3배 수준으로 평가됐다.
신에너지 산업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생산·판매 세계 1위를 10년 연속 유지하고 있으며, 태양광 모듈과 풍력장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토류 정제 공정의 85%, 고성능 자석 생산능력의 92%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산업 전력 소비 증가 역시 중국 제조업 팽창의 상징적 지표로 언급됐다. 중국의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10조kWh를 넘어섰으며, 일부 해외 매체는 이를 두고 “세계 최초의 전력 중심 초대형 산업국가로 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 역시 AI 기초모델 혁신, 초대형 데이터센터, 자본 투자 규모 등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은 이미 29.6GW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미국 뉴욕주 최대 전력 수요에 근접하는 규모다.
반면 중국은 AI 논문 수, 특허 승인 건수, 산업용 로봇 설치량 등 제조업 연계 지표에서 우위를 보였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설치량은 연간 29만5000대를 넘어 미국의 약 9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인구 대비 AI 특허 보유 비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기술 혁신 밀도 측면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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