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중국과 대만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전략 경쟁을 다시 부각시켰다. G7은 공동성명을 통해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과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강조하며 중국의 수출 통제와 현상 변경 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중국에서는 이를 자국 견제를 위한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성명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제재 조치는 아니다. 그러나 희토류와 핵심 광물,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주요 선진국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정치적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는 만큼 서방 국가들은 공급망 집중이 안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대만해협 정세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주목하고 있다. 최근 유럽 정책기관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만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군사 충돌할 경우 EU 경제가 첫해에만 약 2조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은 GDP가 최대 14% 감소할 수 있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역시 상당한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 경제 전체로는 GDP가 8%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이 대만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반도체 때문이다. 대만은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자동차와 AI, 의료기기, 통신장비 등 유럽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공급망이 차단될 경우 단순한 무역 감소를 넘어 제조업 생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만 EU 내부에서도 대응 방식은 엇갈린다. 일부 회원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중국 시장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7개 회원국의 합의가 필요한 EU 특성상 대중 정책을 신속히 결정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중국은 G7의 움직임을 냉전적 사고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중국 학계와 언론은 G7이 여전히 세계 질서를 주도하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은 이미 다극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브릭스(BRICS) 확대와 신흥국 경제 성장으로 국제 경제질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서방 중심의 접근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유럽 역시 중국과의 완전한 경제 분리를 의미하는 ‘디커플링’보다는 위험을 줄이는 ‘디리스킹’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중국 시장과 생산 네트워크를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G7과 중국의 갈등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핵심 광물과 반도체, AI 산업, 공급망 안정성, 대만해협 안보가 결합된 복합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만 문제는 더 이상 동아시아 지역 현안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 경제와 첨단산업의 미래가 걸린 전략적 변수로 부상하면서 국제정치와 글로벌 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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