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6일 발표한 연구는 중동 전쟁이 단순히 휘발유 가격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깊어진 미국 사회의 구조적 균열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른바 ‘K형 양극화’는 더 이상 경제학적 은유에 머물지 않고, 미국 수백만 가정이 주유소에서 체감하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약 20만 명의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번 연구는 미국·이란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가계 소비 패턴이 소득 수준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 소득 4만 달러 미만 저소득 가정은 3월 휘발유 소비량을 7% 줄였다. 이는 카풀 확대, 대중교통 이용 증가, 이동 자체의 축소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휘발유 지출은 오히려 12% 증가했다. 반면 연 소득 12만5000달러 이상 고소득 가정은 휘발유 소비량을 1% 줄이는 데 그쳤지만, 휘발유 지출은 19% 늘었다.
뉴욕 연준 연구진은 “3월 휘발유 가격 급등 이후 소비 패턴이 K형 양상을 보였다”며 “고소득 가정의 소비 증가율이 저소득 가정보다 더 빠르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더 충격적인 부분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미국 사회 내부의 구조적 불균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30% 가구 가운데 일부는 소득의 10%를 휘발유 비용으로 지출하는 반면, 고소득 가정의 비율은 2.7% 수준에 그쳤다. 저소득층에게 유가 상승은 단순한 생활비 부담이 아니라 “먹고 살 것인가, 이동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생존 문제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연준 보고서가 ‘주유소에서 벌어지는 빈부격차 확대’를 보여줬다면, 이전 통계들은 이러한 양극화가 이미 구조적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2025년 3분기 기준 미국 상위 1% 부유층의 순자산 비중은 약 32%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반면, 하위 50%가 보유한 부의 비중은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한 수석 경제학자는 이에 대해 “이는 단기적이거나 순환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핵심은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이 왜 미국 사회 내부에서 이처럼 강한 충격을 일으키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미국 사회에 장기간 누적된 경제적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K형 경제’가 미국 경제의 핵심 특징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단순히 유가 상승 자체의 충격 때문이 아니라, 기존 사회 분배 구조가 이미 상당히 취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뉴욕 연준의 연구는 단순한 유가 분석을 넘어, 미국 사회 내부에 누적된 구조적 상처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된다. 흔들리던 구조가 외부 충격과 맞물렸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은 이미 경제적 한계선에 몰려 있던 서민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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