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길림성 훈춘(珲春)은 중국·러시아·북한이 맞닿는 국경도시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동해와 가장 가까운 곳 가운데 하나지만 중국 영토는 바다에 직접 닿지 않는다. 지도에서는 불과 수십㎞ 거리지만, 그 사이에는 160여 년의 국경 역사와 중·러·북 3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 출발점은 1860년 청나라와 러시아제국이 체결한 베이징조약이다. 이 조약으로 우수리강 동쪽의 광대한 지역이 러시아에 넘어가면서 청나라는 동해로 직접 연결되던 영토를 상실했다. 오늘날 러시아 연해주 남부와 두만강 하구의 기본적인 국경 구도도 이때 형성됐다.
이후 중국과 소련은 오랫동안 국경 협상을 벌였고, 1991년 동부 국경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가 협상을 이어받아 2004년 중러 동부 국경 보충협정이 체결되면서 주요 국경 문제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다만 중국 인터넷에서 종종 등장하는 ‘중국이 훈춘 동쪽 327㎢를 되찾았다’는 주장은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2004년 협정의 대표적인 영토 조정 대상은 아무르강 일대의 헤이샤쯔다오(黑瞎子岛) 일부와 아바가이투저우주(阿巴该图洲渚) 등이었다. 이를 훈춘에서 327㎢를 반환받은 것으로 설명하면 서로 다른 국경 문제를 혼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두만강을 따라 동해로 자유롭게 나가지 못할까. 핵심은 하류의 국경 구조다. 중국·북한·러시아 국경이 만나는 지점을 지나면 두만강 최하류는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을 이루며 동해로 흘러간다. 중국 영토가 하구와 직접 연결돼 있지 않아 중국 선박이 바다로 나가려면 북한과 러시아가 관련된 국제적인 통항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조건도 제약 요인이다. 두만강 하류는 수심과 유량, 퇴적, 겨울철 결빙 등으로 대형 국제화물선이 상시 운항하기에 유리하지 않다. 하구 인근의 북러 철도교량 역시 선박 운항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중국이 주목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차항출해(借港出海)’, 즉 주변국 항만을 이용해 바다로 나가는 전략이다. 훈춘에서 철도와 도로를 통해 러시아 자루비노항 등 극동 항만으로 화물을 운송한 뒤 해상운송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북한 나진항을 활용하는 물류망 역시 이런 맥락에서 주목받아 왔다. 최근 훈춘이 중국 동북지역의 대외개방과 국경물류 거점으로 육성되는 것도 이러한 지리적 조건과 맞닿아 있다.
결국 훈춘의 핵심 과제는 두만강 하구의 영유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국경을 유지하면서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북한의 철도·도로·항만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160여 년 전에는 국경선이 바다로 가는 길을 결정했다면, 오늘날에는 물류와 인프라의 연결성이 사실상의 새로운 ‘출해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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