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같은 무대의 다른 출연진이 수분간 서사를 쌓는 동안, 배우 왕초연에게 주어진 시간은 십여 초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 설날 밤의 분위기를 바꿨다. 16일 밤 방송된 중국 중앙TV 춘절연환만회(춘완) 프로그램 ‘하화신(贺花神)’에서 왕초연이 붉은 도포 차림으로 고대 현악기 ‘완(阮)’을 안고 등장한 장면이 온라인을 달궜다.
눈발이 흩날리는 무대에서 왕초연은 과장된 표정이나 동작 없이 시선을 안으로 거뒀다. 짧은 클로즈업 속에 이별의 아쉬움과 떠나야 하는 결단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댓글창에는 ‘신급 컷’, ‘인생 컷’이라는 반응이 이어졌고, “올해 춘완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강렬한 장면”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가 맡은 인물은 ‘시월 부용 화신’으로, 왕소군을 형상화한 설정이다. 붉은 의상과 흰 눈의 대비가 강렬하다는 반응과 함께 화면 캡처가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수치도 즉각 반응했다. 다수 매체 집계에 따르면 방송 24시간 만에 왕추란의 웨이보 팔로워는 65만 명 이상 늘었고, 관련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2억 회를 넘겼다. ‘하화신’의 생중계 시청률 최고치는 38%대를 기록했다.
이번 장면의 완성도를 높인 요인으로는 고증이 꼽힌다. 왕소군의 상징으로 흔히 떠올리는 비파가 아니라, 실제로는 한대(漢代) 현악기인 ‘완함(阮咸)’을 사용했다는 점이 뒤늦게 알려지며 관심을 키웠다. 공연에 참여한 연주자가 “왕초연에게 완을 가르쳤다”고 밝히자, 낯선 악기까지 함께 주목받았다.
준비 과정도 화제가 됐다. 지도 교사에 따르면 왕초연은 2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완을 안는’ 기본 자세를 몸에 익혔다. 악기 각도와 손목 이완, 팔꿈치 위치까지 세밀하게 조정했고, 현장에서도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전언이다. 방송 후 전문가들은 “짧은 연습으로는 보이지 않는 안정감”이라고 평가했다.
논의는 곧 외모를 넘어 해석으로 옮겨갔다. “예쁘다”는 반응에서 “왕소군의 정서를 이해했다”는 평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연출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클로즈업을 압축적으로 사용하고 대비를 키운 조명, 질서 있게 떨어지는 눈발이 표정을 또렷하게 살렸다는 분석이다. 십여 초에 인물의 정서를 설명해낸 높은 서사 밀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급증한 관심이 이어질지는 과제다. 하루 만에 수십만 명이 늘어난 팔로워가 남기 위해서는 후속 공개와 역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무대는 대형 무대에서 이름을 남기는 기준이 체류 시간이 아니라 ‘순간의 신뢰도’임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붉은 도포와 완을 안은 십여 초의 클로즈업은, 설밤의 소음 속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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