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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차이가 만든 문화… 남북 ‘소년(작은설)’에 담긴 향수

  • 김다윗 기자
  • 입력 2026.02.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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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음력 섣달에 접어들면 설을 앞둔 분위기가 점차 짙어진다. 이 시기 중국에서는 설 전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불리는 ‘소년(小年·작은설)’을 맞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년을 쇠는 날짜가 남북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북방 지역에서는 보통 음력 12월 23일에 소년을 보내며, 집안 대청소를 하고 부엌신인 조왕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엿이나 당과(糖瓜)를 먹는다. 반면 남방 지역에서는 하루 늦은 24일에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며, 일부 지역에서는 섣달 그믐 전날까지 미루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날짜 차이는 매년 남북 지역 네티즌들 사이에서 단골 화제가 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역사적 배경을 지닌 관습의 차이다. 그 뿌리는 고대의 이른바 ‘관삼민사(官三民四)’ 전통에 있다. 관리는 23일, 백성은 24일에 소년을 쇠었다는 뜻이다. 소년은 원래 ‘祭灶节(부엌의 신 축제)’라 불렸으며, 핵심 의식은 조왕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조왕신은 해마다 이 무렵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집안의 선악을 보고해 이듬해의 복과 화를 결정한다고 전해진다.

 

송나라 시기에는 관리와 백성 모두가 음력 12월 24일에 제조 의식을 치렀다. 그러나 청나라에 들어서면서 황실과 관청이 의식을 하루 앞당겨 23일에 진행했고, 이는 시간 절약과 신분을 드러내기 위한 조치였다. 수도와 가까운 북방 지역은 이 관행의 영향을 크게 받아 소년을 23일로 굳혔고, 상대적으로 중앙 권력에서 멀었던 남방 지역은 24일 전통을 유지하게 됐다.

 

풍습 역시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다. 북방의 소년은 ‘먼지 쓸기(扫尘)’에 방점이 찍힌다. 묵은 때와 액운을 쓸어내고 새해의 복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또 엿이나 당과를 제물로 올려 조왕신의 입을 달콤하게 해 하늘에서 좋은 말만 해주길 바란다는 뜻도 담겼다.

 

남방 지역에서는 보다 격식을 중시해 푸짐한 음식과 과일을 차리고, 술을 빚는 곳도 있다. 습한 기후 탓에 대청소는 물론 의복과 농기구를 정리해 곰팡이를 방지하는 데도 신경을 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때부터 춘련을 붙이거나 폭죽을 터뜨리며 명절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교통과 소통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소년의 날짜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이 하루의 차이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문화적 표식이 되기도 한다. 북방 사람들은 23일에 엿을 먹고 집을 쓸어야 비로소 설이 다가왔다고 느끼고, 남방 사람들은 24일에 조왕신 제사를 마쳐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한다. 이 같은 차이는 갈등보다는 오히려 웃음거리로 소비되며, 매년 소년이 되면 각자의 풍습을 공유하고 농담을 주고받는 풍경이 펼쳐진다.

 

음력 12월 23일이든 24일이든, 소년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의 평안과 가족의 화합을 기원하는 날이다. 하루의 차이는 선조들이 남긴 작은 문화적 ‘숨은그림’과도 같으며, 그 안에는 역사와 지역의 지혜, 그리고 소박한 단란함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다면, 그날이 바로 가장 좋은 소년이자 가장 진한 명절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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