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중국 동북의 변방이자 조선족 자치의 중심지인 연변조선족자치주(延边朝鲜族自治州)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국경 지역이 아니라, 동북아의 역사와 인문,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거대한 생태·민속 박물관이다. 최근 현지 언론이 소개한 ‘연변의 23가지 숨은 이야기는 또 다른 연변의 얼굴을 생생히 보여준다.
연변 동단의 훈춘시 방천촌(防川村)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중국·러시아·북한 세 나라의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호랑이·용의 각(龙虎阁)’ 전망대에 오르면 두만강이 뱀처럼 휘돌아 흐르고, 강 건너편 러시아 하산진과 북한 두만강가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변 안도현에 위치한 백두산 북경구(北景区)는 천지(天池)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 관광지다. 해발 2,189m의 호수는 깊이 373m에 달하며, 송화강·두만강·압록강의 발원지로 ‘만강의 어머니’라 불린다. 또 연변의 국경선은 768.5km로, 그중 북한과의 국경이 522.5km에 달해 중국의 ‘대조(對朝) 창구’ 역할을 한다.
연변의 삼림률은 80%를 넘어선다. 음이온 농도가 대도시의 50배에 달해 ‘천연 산소통’이라 불린다. 특히 훈춘의 ‘동북호랑이 자연보호구’는 중국에서 야생 동북호랑이가 가장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 2023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활동 빈도를 기록했다. 겨울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동부 산악지대에는 눈이 5개월 이상 쌓이고, 두께가 1m를 넘기도 한다. 돈화 노백산(老白山)은 ‘중국의 눈의 고향(雪乡)’으로 불리며 겨울철 관광 명소로 각광받는다.
돈화시는 당나라 시대 발해국(渤海国)의 수도 ‘홀한성(忽汗州)’이 있던 곳이다. 육정산 고분군과 오동성 유적은 이 지역이 ‘해동성국’으로 불리던 찬란한 문명을 증언한다. 또 19세기 중엽, 한반도에 대기근이 닥치자 많은 조선인들이 두만강을 건너 정착하며 오늘날의 조선족 집거지가 형성됐다. 흰옷을 즐겨 입는 전통은 ‘백의민족’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도 한복의 곡선미와 함께 다양한 색채로 계승되고 있다.
연변은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14종을 보유하고 있다. 농악무, 널뛰기, 그네, 가야금 예술, 김치 담그기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가야금은 6세기부터 이어온 전통으로, 개량된 21현 가야금의 풍부한 음색은 조선족 음악의 자긍심으로 꼽힌다. 전통의례 또한 생명력이 강하다. 예순을 맞은 어른에게 자녀가 절을 올리고 장수면과 인절미를 나누며 장수를 기원하는 화갑연(花甲宴), 결혼 60주년을 맞은 부부를 위한 ‘귀혼례’는 결혼식보다 더 성대하다. 음력 6월 15일에는 모두가 강가에서 머리를 감으며 건강과 복을 비는 머리감기축제(洗头节)도 이어지고 있다.
연변의 식문화는 철저히 공동체 중심이다. 잔치 때 개고기를 금하고, 아랫사람이 어른 앞에서 술·담배를 삼가는 예법이 여전히 살아 있다. 연길냉면은 메밀면과 소뼈 육수를 기본으로, 배즙과 식초로 단맛과 신맛의 조화를 이룬다. 겨울철엔 따뜻한 ‘온면’으로 즐긴다. 떡치기(打糕)는 명절의 상징으로, 진달래꽃이나 물고기 모양으로 빚어 장식과 먹거리를 겸한다. 또 “정월에 된장을 담그지 않으면 1년 내 밥이 없다”는 속담처럼 된장문화도 뿌리 깊다.
돈화 육정산 관광지에 자리한 금정대불(金鼎大佛)은 높이 48m, 동 500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청동 석가모니 좌상이다. 홍콩의 천단대불과 함께 ‘남북의 거대불상’으로 불린다. 연변의 대지에는 우주적 신비도 깃들어 있다. 1976년 지린(吉林)에서 떨어진 ‘지린 1호’ 운석 일부가 연변에 낙하해, 현재 연변자연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연길시의 ‘조선족 비물질문화유산 체험관’에서는 김치 담그기, 인절미 만들기, 가야금 연주와 장고춤 배우기 등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조선족의 손맛과 흥, 그리고 정(情)을 오감으로 느낀다.
연변은 단순한 국경의 땅이 아니다. 백두산의 숨결과 두만강의 물결, 그리고 조선족의 역사와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살아 있는 문화지리’. 그곳은 지금도, 세 나라의 하늘 아래에서 조용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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