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 축구팬이 된다는 건 인내심과 회복탄력성, 그리고 약간의 자학적 유머 감각을 요구하는 일이다.” 마케팅 리서치 전문기관 차이나 스키니(China Skinny)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축구의 현실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때 ‘축구 굴기’를 외치며 국가 차원의 대대적 투자를 받았던 중국 축구는 오늘날 국제 무대에서 철저히 고립됐다. 팬들은 부진한 성적과 반복되는 스캔들 속에서도 팀을 응원해왔지만, 희망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십억 위안(수조 원대)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축구를 개인적인 애정 이상의 전략 자산으로 여겨왔다. 축구를 통해 국격을 높이고,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성 권력(soft power)’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목표였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대회 유치와 우승까지 염두에 둔 야심이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급 정부는 유소년 축구 센터와 스타디움, 엘리트 아카데미를 대거 조성했고, 세계적 선수와 외국 감독을 초청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도 중국 축구에 스폰서십과 마케팅으로 가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은 1998년 FIFA 랭킹 37위였으나, 2025년 현재 94위까지 떨어졌다. 이는 인구 200만 명도 안 되는 적도기니보다도 낮은 순위다. 차이나 스키니는 “1998년 이후 중국의 GDP는 19배 성장했고, 평균 19세 남성의 키도 7.5cm가량 커졌지만, 축구만은 뒷걸음질 쳤다”고 지적했다. 더 나은 자원과 체력, 재정이 확보된 상황에서도 성적은 퇴보한 셈이다.
하지만 팬들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국가대표팀이나 프로 리그 대신, 팬들과 기업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나 마을의 아마추어 팀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차이나 스키니는 “중국 축구 팬들은 적응력이 있다. 그 열정은 사라지지 않고 지역 리그로 옮겨갔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쑤성에서 시작된 ‘장쑤 도시 슈퍼리그(苏超城市联赛)’다. 쉬저우, 옌청, 창저우 같은 도시가 팀을 구성해 아마추어 리그를 열었고, 이 리그는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틱톡에서 ‘#장쑤시티리그’ 해시태그는 조회 수 1억을 넘겼다. 해당 리그는 현재 중국 전역의 주류 언론에서도 소개되며, ‘진짜 축구의 부활’로 불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기업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우디, 하이네켄, 알리바바 산하 브랜드들이 개별 팀을 후원하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유니폼에 로고를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정서와 유머 감각을 살린 ‘현지화 마케팅’이 핵심이었다.
예를 들어, 타오바오는 창저우 팀의 후원사가 됐는데, 이 팀은 시즌 초반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해 ‘영(零)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타오바오는 이를 숨기지 않고 ‘제로 요금’ 이미지와 연결해 자조적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화베이(花呗)는 샤오훙슈(小红书)에서 “어느 팀을 후원할까요?”라는 설문을 돌려 우시 팀을 선택하면서 팬과의 소통을 중심에 뒀다.
차이나 스키니는 이 지역 리그의 인기가 오늘날 중국 소비자와 시장의 특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유머는 통한다. 특히 자기비하적이거나 지역 밈을 활용한 콘텐츠는 진정성과 유대감을 높인다”고 밝혔다. 또한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마케팅이 강한 반응을 얻고 있으며, 지방 도시의 정체성과 자부심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상업적 자산이 됐다”고 덧붙였다.
외국 브랜드가 더 이상 국가대표팀이나 유명 선수와의 제휴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시장의 새로운 기회는 지역 콘텐츠, 일상의 언어, 지역 커뮤니티와의 유대 속에 있다는 것이다. 차이나 스키니는 “중국의 기회는 더 이상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다. 넓고 깊은 지역의 이야기 속에서 브랜드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 축구의 미래는 더 이상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대형 스타디움이 아니라, 이름 모를 지방 도시의 흙구장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축구도, 팬도, 브랜드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 인터내셔널포커스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900명 참가”… 문예총국제무용콩쿠르, 글로벌 무용 인재 한자리에
종합대상-좌로부터 정아라.정가은.리스킨드지아사 [인터내셔널포커스] 신예 무용수들의 국제 등용문으로 평가받는 ‘2026 KUACE 문예총국제무용콩쿠르 및 국제무용워크숍’이 지난 4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한국문화예술교육총연합회... -
“61초 선제골→후반 추가시간 결승포”…연변룽딩, 대련에 2-1 극장승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시즌 중국 갑급리그(中甲) 4라운드 ‘동북 더비’에서 연변룽딩이 경기 시작 61초 만의 선제골과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앞세워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연변룽딩은 12일 다롄 진저우 경기장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대련쿤청을 2-1로 꺾었다. 이 승... -
“K-호러, 10대 시장 공략”…강미나 ‘기리고’ 글로벌 출격
사진제공 : 넷플릭스 [인터내셔널포커스] 글로벌 OTT 시장에서 10대 시청층을 겨냥한 ‘YA(영 어덜트) 호러’ 장르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도 본격적인 장르 확장에 나섰다. 배우 강미나가 Netflix 신작 기리고를 통해 이 흐름에 합류하며 K-콘텐츠의 외연 확대에... -
“양안보다 배우가 먼저?”…장링허 향한 대만 팬들 반응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배우 장링허(张凌赫)가 대만에서 이어지고 있는 관심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최근 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축옥: 옥을 찾아서(逐玉)'가 현지에서 주목받으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대만 방문을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 발표…홍콩과기대 아시아 1위, 칭화대 38위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실내 디자인 전문지 하우스 뷰티풀(House Beautiful)이 최근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학 캠 퍼스’ 순위에서 미국 플로리다주의 플래그러 칼리지(Flagler College)가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대학 가운데서는 홍콩과학기술대학교가 세계 17위... -
“호텔 방번호 쪽지”…안흠운, 홍콩 톱스타 ‘은밀 제안’ 폭로
▲안흠운이 쪽지를 통해 호텔 초대를 받았다고 밝혔으며, 상대는 ‘고혹자’ 출연 홍콩 배우로 알려졌다. (사진=안흠운 페이스북) [인터내셔널포커스] 대만 출신 배우 안흠운(安歆澐, 안신윈)이 과거 활동 당시 홍콩 유명 배우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은 경험을 공개했다. 현지 매체에 따...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살리면 170만 달러”…서정원, 랴오닝 구원투수로 초대형 계약
-
“서정원 복귀 첫날, 극장골에 울었다”…랴오닝, 청두에 0-1 패배
-
中 신예 우이저, 스누커 세계선수권 제패… 헨드리도 축하
-
“한국인 감독 더비” 93분 극적 동점…연변 3연속 무승부 수렁
-
FIFA “이란 월드컵 참가 확정…미국에서 경기 예정대로 진행”
-
“한국인 감독 더비” 연변 룽딩 vs 우시 우거…승부 가를 지략 대결
-
“61초 선제골→후반 추가시간 결승포”…연변룽딩, 대련에 2-1 극장승
-
“결정력에 발목”…연변룽딩, 선전 원정서 시즌 첫 패배
-
이탈리아, 3회 연속 월드컵 좌절 ‘충격’…협회장 사퇴·대표팀 격변
-
이란 대표팀, 미국서 월드컵 경기 예정…논란 속 일정 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