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의 존립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제기됐다. 발언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국방장관이다. “나토가 현 국제질서에 적응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미국과 유럽 중심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단언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방장관 귀도 크로세토는 6월 20일 파도바에서 열린 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유럽은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 이제 세계의 모든 지역이 중심이 됐다”며 “우리는 종종 아직도 30년 전 세계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크로세토 장관은 나토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안보 조직으로 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지 않으면 “더 이상 나토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이 과거에는 중요한 정치적 주체였을 수 있지만, 현재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주도권을 상실했다고도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끌어올리는 새로운 기준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해당 계획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나토 내에서 국방비 지출 비율이 낮은 국가로, 2024년 기준 GDP의 1.49%에 그친다. 올해 목표는 2%로 상향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에게 5%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자국은 해당 목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군비 지출은 GDP의 3.4% 수준이다.
그러나 나토 전체가 이 기준을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BBC는 나토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가 이번 회의의 주된 목표로 ‘미국과의 충돌 회피’를 설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다수 회원국들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회의 시간조차 대폭 축소됐다. 3시간 일정에 공동성명은 단 5단락으로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의 기피 성향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회의 시간이 짧고 의제가 단순할수록 내부의 이견을 덮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드 아놀드 연구원은 “트럼프는 자신이 유럽을 움직였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상회의 의제가 그의 정치적 메시지에 맞춰 구성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회의 전야에는 나토에 맞선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전 총리 주세페 콘테는 나토 군비 확대에 반대하는 정치인들과 함께 ‘반나토 회의’를 헤이그에서 열자고 공개 제안했다. 콘테가 이끄는 오성운동당은 독일 ‘바사 케네히트 연합’, 벨기에 노동당, 포르투갈 공산당, 그리스 자유항로당 등 유럽 전역의 좌파 정당들과 함께 회의를 준비 중이다. 현직 정부 여당 가운데서는 스페인의 연립여당 ‘연합운동당’이 유일하게 참석을 확정했다.
스페인 역시 나토 내 군비 지출 최저 국가 중 하나로, 산체스 총리는 지난 19일 뤼터 사무총장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서 5% 기준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산체스는 “이 목표는 비현실적이며, 오히려 국방 예산의 균형을 해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와 유럽 내 여론이 나토의 역할과 재정 기여에 대한 논쟁으로 갈라지는 가운데, 나토의 미래는 더 이상 안보 위협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회원국 간 정치적 조율과 세계 질서에 대한 인식 전환 없이는, “나토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이탈리아 장관의 경고는 결코 가벼운 언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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