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이스라엘이 지난 12일 단행한 이란 핵시설에 대한 기습 공습은 중동 질서의 경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라이징 라이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작전은 단기간 내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꺾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정작 중동 전역을 향한 또 하나의 불길을 피웠다. 보복의 악순환 속에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중동은 다시 전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에서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나탄즈와 포르도 등 핵농축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일부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주요 시설은 온전히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고위 장성과 핵 과학자들을 제거했다고 밝히며 작전의 성공을 자평했지만,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특히 깊은 지하에 위치한 포르도 시설은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군사적 공세만으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미국의 대응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공습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단독 행동이라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곧 작전 사전 인지와 무기 지원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개입을 사실상 인정했다. 내부적으로는 공화당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반면, 터커 칼슨을 비롯한 ‘미국 우선주의’ 세력은 중동 개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 전략에서 ‘외교적 중재자’ 이미지가 흔들리는 장면이다.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은 군사적으로는 정밀성과 기습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헤즈볼라 지도부를 무전기 폭파로 제거한 데 이어, 이번에도 이란 본토 깊숙이 드론과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고위급 표적을 제거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이란 정권을 흔들기보다는 내부 결속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혁명수비대가 민병대를 중심으로 보복 태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하산 살라미 총사령관은 “이제는 대리전이 아닌 직접 응징의 시기”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유 시설과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을 타격하자, 브렌트유 가격은 하루 만에 7% 가까이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는 세계 원유 수송의 병목현상을 부추기며, 글로벌 공급망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산유국들까지 이번 사태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아랍권 다수는 겉으로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기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리아, 예멘, 레바논 등지에서 친이란 세력이 잇따라 약화되면서 이란의 대리전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등 이란의 주요 대리세력들은 이미 군사적 기반을 잃었거나 타격을 입은 상태다. 결국 이란은 대리전을 넘어, 직접적인 전면전에 내몰리는 형국이다.
중국 역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중동의 안정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 걸프 국가들과의 외교적 접촉을 강화해온 중국 입장에선, 이번 사태가 지역 전략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은 긴장 완화를 촉구하며 양국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를 가졌지만, 사태 수습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의 핵 개발이 여전히 궤도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전은 ‘결정적 한 방’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1981년 이스라엘의 오시라크 폭격 이후 이라크가 핵 개발을 비밀리에 가속화했던 전례처럼, 이란도 더 은밀하고 단단한 방식으로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데 성공할지, 아니면 더 강경한 지도부를 낳는 결과로 귀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동은 지금 전례 없이 복잡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명백한 경고였지만, 동시에 전면전을 부를 수 있는 도화선이기도 하다. 군사적 승리가 정치적 해결로 이어진 예는 이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군사적 정밀함이 평화의 보증 수표가 아니라는 사실, 지금 이 순간 그 교훈이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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