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례 없는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급부상으로 유럽 전통 자동차 메이저들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과거와는 정반대의 기술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장문의 보도를 통해 "유럽이 중국에 자동차 제조 기술을 전수했던 시대는 끝났다"며 첨단 기술 주도권을 잡은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유럽 업계의 현실을 집중 조명했다.
20년 전 독일 엔지니어들은 중국 합작사가 제시한 신차 프로토타입을 두고 "독일 차량 광고에서 오려붙인 것"이라며 조소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 독일 자동차 소프트웨어 임원은 "그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 없이 모방만 한다"고 비아냥댔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유럽의 우월의식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 독일 자동차사 임원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이미 상용화한 기능과 동일한 차량 운영시스템 개발 요구사항을 접한 뒤 "우리는 결국 출발점으로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 도약이 자리잡고 있다. EU는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에 17~35.3%의 반보조금 관세를 추가 부과했지만, 배터리·자율주행·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국 기술 의존도를 높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BMW 등 유럽 주요 제조사들이 잇따라 중국 기업과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 중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발표한 자동차 산업 행동계획에서 중국 기업의 EU 시장 진출 시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 설립이나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과거 중국이 외국 기업에 요구했던 '시장 접근 대가' 방식을 유럽이 역수입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런던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의 엘리자베타 코르나고 수석 연구원은 "유럽이 자부심 갖던 분야에 외국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 인정"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히 호소되고 있다. 스웨덴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아인라이드(Einride)의 로버트 팔크 CEO는 "우리는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타자를 과소평가했다"며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베인앤컴퍼니 상하이 소속 자동차 기술 전문가 레이먼드 창은 "2020년 이후 외국 제조사들이 중국 시장점유율 1/3을 잃으며 생존을 위한 협력이 필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계의 변화가 상징적이다. 폭스바겐이 2023년 7월 중국 전기차 신흥기업 샤오펑(小鵬)에 7억 달러를 투자한 뒤 공동 개발에 나선 사례는 기술 주도권 이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백 명의 폭스바겐 엔지니어들이 광저우와 허페이 현지에서 중국 기업의 지능형 주행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장 학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럽 내부에서는 여전히 인식 전환이 더딘 모습이다. 중국 현지 유럽계 임원은 "서구 기술 우월성에 대한 구태의연한 믿음이 남아있다"며 "이것이 자만심이든 순진함이든, 진정한 혁신은 '자유 사회'에서만 나온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위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서구 기업이 실패했음에도 중국의 부상을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EU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업계 내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 먼저 자충수를 두고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며 내연기관 차량 퇴출 정책과 러시아 저가 에너지 공급 차단을 문제로 꼽았다. 메르세데스-벤츠 CEO 올라 켈레니우스는 "보호주의 강화가 유럽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개방적 시장 경쟁을 촉구했다.
FT는 지적재산권 문제에서도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서구 기업들이 중국 진출 시 기술 유출을 우려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중국 당국이 자국 기술이 협력을 통해 유럽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유럽이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산업 판도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럽과 중국의 새로운 공생 방정식 모색이 계속되고 있다.
BEST 뉴스
-
중국인만 노린 폭행…혐오 범죄에 면죄부 있어선 안 된다
[동포투데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혐오와 차별의 늪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이들을 뒤쫓아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친 행위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명백한 혐오 범죄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중국인 관광... -
갯벌 고립 중국인 노인에 구명조끼 내준 해경, 끝내 순직
△해양경찰관 고 (故)이재석 경사. 인천해경 제공 [동포투데이] 인천 앞바다에서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끝내 순직했다. 위험에 처한 이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고 물살에 휩쓸린 그는 몇 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 -
이재명 대통령 “명동 혐중 시위, 표현의 자유 아닌 깽판”
[동포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중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를 “관광객을 모욕하는 깽판”으로 규정하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 -
“미국, 더 이상 매력 없다”…관광객 급감에 125억 달러 손실 전망
△ 뉴욕 맨해튼에는 '간세부르트 페닌슐라' 해변 (사진/중국신문망 랴오판 제공) [동포투데이] 미국의 강화된 입국 규제가 외국인 관광객을 발길을 돌리게 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신문망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7월 미국을 찾은 해외 관... -
광복 80주년, 중국서 한국광복군 기념행사 개최
[동포투데이] 광복 80주년과 한국광복군 창설 85주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중국 각지에서 한국광복군 관련 기념행사가 열린다.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이번 행사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주관으로 마련해, 난징·충칭·청두·시안 등지에서 사적지 탐방, 임시정부청사 교류 세미나, 전시와 ... -
美 보수 인사 찰리 커크 피격 사망…22세 대학생 용의자, 경찰관 아버지에 의해 제압
▲경찰이 발표한 커크 피살 사건 용의자 사진 [동포투데이] 미국 유명 보수 성향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강연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의 용의자가 22세 대학생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 그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이 아들을 직접 제압해 당국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
실시간뉴스
-
폴란드 총리 “러시아 드론 공격, 결코 ‘실수’ 아냐” 트럼프 발언 반박
-
성룡, 2027년 베오그라드 세계박람회 브랜드 대사 위촉
-
英 국방장관 “대만 문제 군사 개입 없다…평화적 해결 원해”
-
퇴임 앞둔 프랑스군 총참모장, “분열된 유럽은 강대국 먹잇감 될 수도”
-
“네덜란드, 성 거래 합법화 25년… ‘홍등가 천국’의 빛과 그림자”
-
“계엄령 대통령” 윤석열, 재구속…BBC “한국 정치 위기의 상징”
-
“차라리 중국에 편입되는 게 낫겠다”…독일 리튬기업 CEO, EU ‘탈중국’ 전략 정면 비판
-
EU “디지털 규제, 협상 대상 아냐”…美 관세 압박에도 원칙 고수
-
“MI6에 러시아 첩자 있다”…CIA 경고로 시작된 20년 추적, 끝내 빈손
-
나토 정상회의, “트럼프 맞춤형” 선언문… 흔들리는 연대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