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대주
축구에서 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강팀도 무너지고 약팀도 이긴다. 문제는 한 번의 패배가 아니다. 비슷한 실패가 수십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남자축구가 그렇다.
외국인 명장을 불렀고 프로리그에 거액을 쏟아부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 무대를 밟았고 귀화선수에게 대표팀 유니폼도 입혔다. 유소년 육성을 외쳤고 장기 발전계획도 여러 차례 내놨다.
그런데 대표팀은 제자리다.
이번 팔레스타인전 참패도 그 연장선에 있다. 크게 졌다는 사실보다 중국 축구의 오래된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는 점이 더 뼈아프다.
중국은 스포츠를 못하는 나라가 아니다.
올림픽에서는 메달 순위 최상위권을 다툰다. 탁구와 다이빙은 세계 최강이고 배드민턴과 역도에서도 정상급 선수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중국이 유독 축구장에만 들어가면 작아진다.
인구도 많고 돈도 있다. 경기장과 프로리그도 갖췄다.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다. 무엇 하나 부족해서 축구를 못한다고 설명하기 어렵다.
한두 번 실패했다면 기다릴 수 있다. 세대교체라면 몇 년 더 지켜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축구가 내놓은 처방은 늘 비슷했다.
성적이 떨어지면 감독을 바꿨다. 선수를 갈아치우고 유소년 육성을 외쳤다. 다시 월드컵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실패하면 또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경기장 밖에서는 더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축구협회는 올해 1월 승부조작·도박·부패 사건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전 국가대표 감독 리톄,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 천쉬위안 등 73명을 축구계에서 영구 퇴출했다. 13개 구단에는 승점 삭감과 벌금을 부과했다. 5월에는 범죄 사실이 인정된 축구계 종사자 17명이 추가로 영구 퇴출됐다.
리톄는 뇌물 관련 범죄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천쉬위안은 무기징역을 받았다.
대표팀 감독과 축구협회 수장까지 부패 사건으로 중형을 받았다면 몇몇 선수의 기량이나 감독의 전술만 탓할 수 없다.
축구는 실력으로 경쟁한다는 믿음 위에서 돌아간다. 돈과 인맥, 승부조작과 도박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 믿음부터 깨진다. 누가 실력으로 올라왔는지, 경기가 제대로 치러졌는지 의심받는 판에서 좋은 선수가 자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 축구가 잃어버린 것은 골만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에 대한 믿음도 잃었다.
대표팀 감독을 몇 번 더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공을 찰 수 있는지, 학교와 지역 클럽이 제대로 이어져 있는지, 재능 있는 선수가 충분히 경기를 뛰며 성장하는지, 실력 있는 선수가 실력으로 기회를 얻는지부터 다시 봐야 한다.
대표팀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 결과일 뿐이다.
이번 상대가 팔레스타인이었다는 사실은 더 쓰라리다.
중국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도 아니고 경제력이 강한 나라도 아니다. 안정적인 축구 인프라를 갖추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중국은 홈에서 무너졌다.
축구장에서는 인구도 돈도 대신 뛰어주지 않는다. 거창한 발전계획도 골을 넣어주지 않는다. 휘슬이 울리면 실력과 조직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중국은 언제 월드컵에 나갈 것인가.
이 질문은 너무 오래 했다.
이제 다른 질문을 할 때다.
중국은 왜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축구를 하고 있는가.
축구를 못한다고 축구를 할 자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면 다시 뛰면 된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실패를 반복하면서 그 뒤에서는 뇌물과 승부조작, 도박까지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매번 감독 몇 명 바꾸고 새로운 계획을 발표한 뒤 다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면 국민도 물을 수밖에 없다.
중국 축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한 경기에서 크게 진 일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실패하면서도 실패하는 방식조차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다음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말도 힘을 잃었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지금처럼 할 거라면, 중국은 왜 아직도 축구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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