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밀라노·코르티나 겨울올림픽, 커지는 경제 청구서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 겨울올림픽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수개월간 준비된 개막식은 음악·예술·기술을 결합한 무대로 공개됐고,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과 이탈리아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협연, 혁신적으로 연출된 오륜기 등장, 각국 선수단의 입장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개막식의 열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겨울올림픽 한 회를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은 언제나 막대하며, 이번 대회는 특히 ‘비싼 올림픽’이라는 수식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준비 과정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고 실제 지출은 유치 단계에서 제시된 예산을 이미 웃돌았다. 만약 ‘메달만’ 놓고 본다면 이번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값비싼 메달을 남길 가능성도 크다.
이번 대회는 현지시간 기준 2026년 2월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열리며, 2,900명 이상의 선수들이 116개 메달 종목에서 경쟁한다. 금·은·동 메달은 각각 245개씩 수여된다. 이어 3월 6~15일 열리는 패럴림픽까지 포함하면, 두 대회를 통해 총 1,146개의 메달이 수여된다.
국제 금·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메달에 들어가는 귀금속 비용도 크게 올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올림픽 금메달은 순금이 아닌 은을 주재료로 하되 6g의 순금을 도금한다. 이번 대회 메달은 이탈리아 국영 조폐·인쇄청(IPZS)이 재활용 금속을 사용해 제작했다. 금메달은 506g(금 6g·은 500g), 은메달은 500g의 은, 동메달은 420g의 동으로 구성된다.
CNN이 인용한 팩트셋(FactSet)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금과 은 현물 가격은 각각 약 107%, 200% 상승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번 대회 금메달의 실물 가치는 약 2,300달러로, 파리 대회 당시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은메달은 약 1,400달러로 2년 전의 세 배 수준이다. 반면 동메달의 금속 가치는 5.6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겨울올림픽의 진짜 비용은 메달을 넘어선다. 예산, 인프라 투자, 중계권과 스폰서십까지 합치면 대회는 하나의 거대한 경제 프로젝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26년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전 세계 약 25억 명이 시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막식은 이미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상업 자산으로 자리 잡았으며, 정부·방송사·기업 스폰서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개막식 연출은 이탈리아의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Balich Wonder Studio)가 맡았다. 이 회사는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개·폐막식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2023년 프랑스의 대형 제작·유통 그룹 바니제(Banijay)가 회사를 인수했으며, 인수 직전 해인 2022년 매출은 3억1,5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회사 측은 올림픽 개최 해에는 개·폐막식 관련 매출 비중이 전체의 30~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개막식의 정확한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7,000만 유로로 책정된 의식 행사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예산에는 폐막식과 패럴림픽 관련 행사도 포함된다.
보도에 따르면, 밀라노·코르티나 겨울올림픽의 전체 예산은 약 52억 유로다. 이 가운데 약 35억 유로는 도로·철도 등 공공 인프라 투자, 17억 유로는 대회 운영과 조직에 쓰인다. 이탈리아 IFIS은행은 이번 대회가 관광·인프라 효과를 포함해 약 53억 유로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비용 압박도 만만치 않다. 일부 경기장은 공사 지연과 자재비 상승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림픽 관련 지출이 2025년 이탈리아 GDP의 약 0.3% 수준으로, 국가 재정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과거 사례는 경고도 남긴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은 도시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지만, 막대한 부채와 유휴 시설을 남겼다. 토리노는 여전히 이탈리아에서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그럼에도 브랜드와 자본의 관심은 뜨겁다. 조직위는 2025년 9월 기준 약 4억5,000만 유로의 국내 스폰서를 확보했으며, 최종 목표는 5억5,000만 유로다. 아르마니, 몽클레르, 랄프 로렌 등 글로벌 패션·럭셔리 브랜드들도 대표팀 후원과 현장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는 “올림픽을 위해 쓰는 모든 유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값이 치솟고 예산도 불어나는 가운데, 밀라노·코르티나 겨울올림픽이 ‘값비싼 메달’에 걸맞은 장기적 유산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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