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과 일본이 축구장에서 다시 마주 선다. 양국은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다툰다. 최근 일본 정치권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이번 결승은 스포츠를 넘어 외교와 민심이 교차하는 상징적 무대로 떠올랐다.
중·일 관계는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만에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의 사태”라는 발언 이후 경색 국면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성사된 축구 결승을 두고 중국 온라인에서는 “22년 전의 설욕전”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등장한다. 중국은 2004년 아시안컵 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기억을 아직도 집단적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중문권 유력 매체는, 이번 결승전이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외교적 긴장과 민심이 교차하는 장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안보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열리는 중·일 맞대결인 만큼, 팬들의 감정이 경기 결과에 과도하게 투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하이이즈쿠 일본연구센터의 천양(陈洋) 소장은 “현재 중·일 관계가 저점에 있고 정치적 신뢰도 약화된 상황에서, 중국 팬들이 이 경기를 감정과 분리해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한 경기의 승패가 양국 관계의 구조적 갈등이나 정책 노선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은 준결승에서 베트남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결승에 올랐다. 국제대회 부진으로 오랫동안 조롱의 대상이 돼 왔던 중국 축구로서는,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22년 만에 다시 맞는 결승 무대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응원 글과 함께 사우디 원정 관람을 희망하는 게시물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일부 자매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중국 팬 무료 입장’ 소문에 대해 중국 주제다 총영사관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총영사관은 “문명적이고 질서 있는 관람으로 중국 팬의 이미지를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팬들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2004년으로 향한다. 당시 베이징 노동자체육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일본의 득점이 핸드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경기 후 일부 팬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일본 제품 불매를 외쳤다. 최근 웨이보에는 “그날 눈물을 흘렸다” “22년 만에 다시 기회가 왔다”는 회고가 이어지는 한편, “과거의 짐을 젊은 선수들에게 지우지 말자”는 절제된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천양 소장은 “2004년 결승 패배는 지금도 중국 팬들의 감정적 분기점”이라며 “최근 안보·대만·역사 인식 문제로 긴장이 누적되면서 대일전의 감정 투사가 더 커졌다”고 했다. 동시에 그는 “일본의 성숙한 유소년 시스템을 인정하고, 문명 관람을 강조하며, U23 대표팀의 성장 자체에 주목하는 이성적 담론도 분명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결과의 파장에 대해 그는 “중국이 승리하면 단기적으로 팬들의 정서를 고무하고 대일 부정 감정을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패배할 경우 좌절과 감정적 반응이 더 거칠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 소카대학교의 림다웨이 교수는 “승패와 관계없이 양 팀이 스포츠맨십을 보여준다면 민간 교류와 관계 회복에 긍정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팬들이 경기 후 쓰레기를 치우고, 대표팀이 탈의실에 감사의 종이학을 남기는 관행은 일본 사회가 강조하는 스포츠 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했다.
외교 현안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중·일 관계는 지난해 11월 이후 뚜렷한 개선 조짐이 없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주충칭 총영사 자리가 한 달 넘게 공석이라고 보도했고, 중국 외교부는 “절차에 따라 처리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단 하루의 결승전이 외교 지형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그 여운은 경기장 밖 여론과 민심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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