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일본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항생제와 의약품 원료까지 통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일본 의료 시스템이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일본 의료·제약계 인사들이 “중국이 압박 수단으로 의약품 공급망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일 관계 악화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이 지목되고 있다.
일본 감염증학회 이사장이자 2020년 일본 정부 자문위원을 지낸 칸다 이치히로는 SCMP 산하 ‘This Week in Asia’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상당수가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기초 의약 원료 역시 중국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통제가 현실화되면 의료 현장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다는 일본 제약사들이 2019년 이전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등 주요 항생제와 활성 의약품 성분(API)의 국내 생산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백을 중국산 수입이 메웠으나, 이후 중국의 환경 규제 강화와 핵심 원료 공장 폐쇄로 일본 병원에서는 약품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일부 수술이 연기되거나 대체 약물이 사용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후 일본 정부는 의약품 공급망 취약성을 인식하고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정책에 나섰다. 2024년 약 550억 엔을 투입해 생산 설비 구축을 장려했지만, 같은 해 일본이 중국에서 수입한 핵심 의약 원료 규모는 1억2200만 달러를 넘었다.
SCMP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한 발언이 중·일 관계를 급격히 냉각시켰고, 발언 철회 거부 이후 중국 상무부가 지난 6일 일본을 겨냥한 군민(軍民) 겸용 물자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일본 군사용 또는 군사력 증강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용도의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 허야둥은 8일 “조치는 일본의 재무장과 핵무장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한 정당한 대응”이라며 “민간 목적의 정상적인 무역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의료계에서는 “정치적 갈등이 지속될 경우 통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본 시사잡지 ‘프레지던트’ 온라인 댓글란에는 “의약 원료의 중국 의존은 희토류보다 더 위험하다”는 주장과 함께 공급망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처럼 기업에 국내 생산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산케이신문 계열 매체 ‘재팬포워드’는 일본 주요 제약사들이 원료 조기 비축에 나섰다고 전했다. 메이지제약과 시오노기제약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β-락탐계 항생제 등 핵심 품목의 재고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약 700종의 핵심 의약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가운데 최소 한 가지의 유일한 공급국으로 평가된다. 인도 역시 핵심 출발 물질(KSM)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꼽힌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 허융첸은 15일 “대일 조치의 근본 원인은 다카이치 총리의 부적절한 언행에 있다”며 “일본이 이를 외면한 채 ‘경제적 강압’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이 자성하지 않을 경우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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