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최근 일본 정계에 다시 파란이 일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지부가 개최한 정치자금 모금 파티와 관련해, 세계평화연합회(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옛 통일교)와 그 산하 조직이 총 10만 엔어치의 파티 티켓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주간문춘(週刊文春)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세계평화연합회(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옛 통일교)와 장기적이고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폭로되며, 여론의 광범위한 관심과 각 정당의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내부 문건 노출: 긴밀한 왕래의 확실한 증거
주간문춘은 2026년 1월 15일자 보도를 통해 통일교 한국 본부 내부 문건인 ‘TM 특별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다카이치 사나에의 이름이 무려 32차례 등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7월 2일 자민당 본부 총재실에서 약 20분간 ‘특별 면담’이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통일교 측 인사가 관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문건에는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측이 자신이 추천한 기타무라 쓰네오 의원을 적극 지지할 것인지를 확인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일교 측은 “기존 10만 표에서 이번에는 30만 표를 동원해 최소 20만 표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아베 전 총리는 “매우 기쁘고 뿌듯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기타무라 의원이 통일교 거점을 직접 방문해 “우리 운동 덕분에 당선됐다”며 감사를 표했다는 대목도 포함돼 있다.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 동안 교회 고위층인 도쿠노 에이지가 한즈코 총재에게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가 된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보고한 사실도 문건에 담겼다. 문서는 또 일본의 고 아베 신조 총리가 다카이치를 강력히 추천했으며, 통일교는 자민당 내에서 ‘지원’을 자처하는 의원이 290명에 달한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한 반면, 자민당이 자체적으로 발표한 접촉자 명단은 179명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명단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아베 신조, 이쿠다 고이치(자민당 중의원·현 간사장 대행), 야마기오 시로(자민당 중의원) 등 핵심 인물들이 모두 포함돼 있었으나, 자민당은 공식적으로 “조직적 지원은 없었다”고 선언해 왔다. 문서는 이러한 공식 입장과 내부 인식의 괴리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기적인 상호작용: 활동 참여에서 정치적 지원으로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는 1990년대부터 ‘세계일보’ 등 통일교와 관계가 밀접한 매체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 비록 다카이치는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자신이 “이 종교의 교리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고, 교회 설립자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명확한 답변을 피했지만, 역사 기록과 최근 폭로된 문서들은 그가 교단 핵심 인사들과 수십 년에 걸친 교류를 이어왔음을 가리키고 있다.
아베의 주선과 보수 네트워크
문서는 또 고 아베 신조 총리가 다카이치 사나에와 통일교의 관계를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교회 고위층과 최소 네 차례 이상 만났으며, 문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자민당 인물로 기록돼 있다. 통일교와 자민당 내 보수파 세력, 특히 ‘반간첩법’ 등의 의제를 둘러싼 우익 단체들이 오랜 기간 상호 지지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왔다는 분석이다.
당내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이자 해당 의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다카이치는 교회가 지향하는 보수 어젠다와 정치적 지향점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답변과 회피: 정치적 신뢰성에 대한 의문
다카이치 사무실 측은 여론의 압박에 대해 “당 조사에 적절히 응했다”고만 밝힌 뒤, 정치자금은 “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 변론에서 통일교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다카이치는 안색이 어두워지고 답변이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대중의 성실성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다.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다카이치의 측근이자 현 관방부장관인 사토 게이가 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총격 사건 당일 통일교의 초청을 받아 집회에 참석했음에도, 자민당 조사 과정에서 “관련이 없다”고 답변해 허위 보고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또 아베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한 야마카미 도루 역시 교회 단원으로 등록돼 어머니와 함께 교회 활동에 참여했으며, 사건 발생 이후 교단 내부에서 관련 기록이 삭제됐다고 폭로했다.
평론가들은 다카이치가 30여 년간 정치를 해온 중진 의원으로서 일본 정치의 핵심부에 깊이 관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동맹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조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평론가들조차 “정말로 몰랐다면 그 ‘보수 정치인’의 자격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직언하고 있다.
질문 회피: 변수 많은 정치의 미래
이번 사건은 다카이치가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함으로써 야당의 통일교 문제 및 물가 대책에 대한 추궁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내각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종교 조직과의 관계가 계속 논란으로 남을 경우 선거 국면에서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다마조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나고야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다무라 도모코 공화당 주석 역시 오카야마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과 그 사이비 종교 조직의 깊은 암흑면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월 30일, 노다 스미히코 중도개혁연맹 공동위원장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옛 통일교) 산하 단체가 자민당 지부가 주최한 정치 모금 행사 티켓을 구매했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해당 자민당 지부의 지도자다. 노다 공동위원장은 교토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카이치 총리는 결국 해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와 통일교의 연관성은 개인의 정치적 성실성 문제를 넘어, 일본 정계 심층부에서 극단적 종교와 보수 정치 세력이 얽혀 있는 복잡한 구조를 드러내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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