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미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중국과의 기술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미국 언론에서 나왔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이 최근 대중(對中) 무역 정책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미국은 중국과의 전면적 차단 기조를 유지해 자국 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 힐은 7일(현지시간) 「미국이 경쟁에 참여하려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중국과 완전히 디커플링(탈동조화)할 경우 청정에너지와 제조업 분야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캐나다와 EU의 최근 정책 변화를 예로 들었다. 캐나다는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를 일정 물량 수입하는 데 합의하고, 최소 수준의 관세만 부과하기로 했다. EU 역시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가격 하한선을 설정할 경우 추가 관세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최근 공개했다.
반면 미국은 안보와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 전기차 수입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고, 중국 자본의 현지 공장 설립도 막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보안 우려와 저가 수입품에 따른 자국 기업 피해 가능성을 이유로 복잡한 규제 체계를 구축한 결과다.
더 힐은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중국과의 기술적 ‘제한적 협력’이 불가피하다”며 “완전한 단절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 제조업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고용은 지난해 12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정에너지 산업에 비우호적인 정책 환경으로 인해 2025년 마지막 분기에는 8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청정기술 제조 투자 계획이 취소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기업들은 중국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12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닝더스다이)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켄터키주 공장에서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BYD(비야디)와 배터리 협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역시 중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공공 인프라용 대형 배터리 ‘메가팩’ 판매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에는 CATL이 생산한 배터리 셀이 사용되며, 테슬라는 네바다주에 배터리 셀 공장을 짓기 위해 CATL로부터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
더힐은 “중국의 최첨단 기술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라며 “정치권에서 강조하는 ‘디리스킹’과 산업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 변화도 언급됐다. 영국 싱크탱크 찰덤 하우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정부의 중국산 청정기술 구매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제품을 사용해 본 응답자일수록 기술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매체는 “EU와 캐나다는 이미 ‘중국과 협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 는 최근 “전기차 협정 체결 이후 3년 내 중국의 캐나다 자동차 산업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힐은 미국에 대해 “전면 금지 대신 민감한 분야에는 안전장치를 두면서도, 기업이 중국 기술을 접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률적인 고율 관세가 여전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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