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강제로 억류한 사건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석유 자원 확보를 넘어 미주와 서반구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서 구축해온 경제적 입지를 흔들려는 의도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9일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대(對)베네수엘라 압박과 관세·외교 공세가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경제적 주도권을 약화시키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문제는 중국이 이미 그곳에 깊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실제로 20년 전만 해도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교역은 미미했지만, 2024년 양측 교역 규모는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은 현재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지역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교역액은 5184억 달러로 전년보다 6% 늘었고, 수입액은 2414억 달러로 5년 전 대비 약 46% 증가했다.
칠레산 체리, 브라질산 커피, 에콰도르산 새우, 아르헨티나산 해산물 등 중남미 농수산물은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비중을 키우고 있다. 반대로 중남미 각국에서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가전은 물론 위성·우주 인프라 분야까지 중국 기업과 자본이 광범위하게 진출해 있다. 멕시코에서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판매가 늘고 있고, 브라질에서는 중국계 유통·배달·모빌리티 기업이 자리 잡았다. 페루에서는 중국산 스마트폰이 대중화됐다.
칠레 가톨릭대 정치학 부교수 프란시스코 울디네스는 “현재 남미 12개국 가운데 10개국에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앞질렀다”며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완전히 대체한 것은 아니지만, 1980~90년대 워싱턴이 누렸던 영향력을 상당 부분 잠식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중남미 진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억류를 비롯해 파나마운하 ‘환수’ 언급, 멕시코·중국 간 무역 개입, 브라질에 대한 고율 관세 경고 등이 잇따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중국과의 경제 관계 단절을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베네수엘라에서의 합법적 권익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프랑스의 국제정치 연구자 아디나 레보르는 “베네수엘라 압박은 겉으로는 석유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 목표는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정제·가공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카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헨리에타 레빈 선임연구원은 “중남미에서 중국과 경쟁하려면 미국은 방어적 태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전후 유럽 재건을 이끈 ‘마셜 플랜’에 버금가는 대규모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추이서우쥔은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일부 중남미 국가들을 중국 쪽으로 더 끌어당길 수 있다”며 “중국과 중남미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중남미의 대두와 옥수수를 누가 사주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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