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제조업이 ‘저가·저품질’ 이미지를 벗고 유럽 산업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협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독일 언론에서 나왔다.
도이체 벨레는 12월 30일 ‘2025년, 중국 제조는 승리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하며 국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중국 기업들이 이제 유럽의 핵심 지역에 직접 공장을 설립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과거 중국 제조업은 독일을 ‘교과서’로 삼았다. 독일이 추진한 ‘산업 4.0’ 전략은 디지털·지능화를 통해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모델로, 중국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실제로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 공장과 중국 청두 디지털 공장을 찾아 생산 혁신을 모색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초기에도 중국은 독일 제조업을 따라 배우는 위치에 있었다. 상하이에 세워진 독일 자동차 기업의 합작 공장은 중국 측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수십 년간 ‘독일 제조’는 중국 공장들의 대표적 학습 대상이었다. 독일의 산업 4.0 전략과 거의 동시에 중국도 자체 산업 고도화 계획을 내놓으며 자동차·에너지·철도 장비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2025년의 중국 제조업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다. 독일 기계·설비 업계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 압력이 급격히 커졌다고 보고 있다. 독일 기계설비제조업연합회(VDMA) 관계자는 “중국의 대(對)EU 기계류 수출은 2018년 200억 유로에서 최근 400억 유로로 늘었고, 올해는 500억 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EU 주중상공회의소는 청정에너지, 전기차, 철도 장비 분야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태양광·풍력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드론의 약 70%는 DJI가 생산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의 70% 이상도 중국 업체 제품이다.
다만 독일 언론은 ‘대결’보다는 ‘공존’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 기업이 유럽에 공장을 세워 현지에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 양측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대표 사례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닝더스다이)가 거론됐다. CATL은 독일 튀링겐주 아른슈타트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연간 약 3000만 개의 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약 2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주요 고객은 아우디, 포르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다.
이 공장의 직원 대부분은 현지 채용 인력이며, CATL은 지역 대학·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공장 인근에는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배터리 혁신기술센터’를 세워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독일 연구진은 “중국 기술 기업의 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장기적이고 끊기지 않는 연구 지원이 있다”며 “유럽은 차세대 기술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지만, 연구 투자에 대한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럽이 중국 산업 전략 가운데 ‘시장 개방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는 방식’에서 배울 점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제조’와 ‘독일 제조’의 관계가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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