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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신 베트남? 한국 희토류 전략의 새로운 딜레마

  • 화영 기자
  • 입력 2025.12.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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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희토류 산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단순 원료 수출을 제한하고 자국 내 가공·산업화를 요구하면서, ‘탈(脫)중국’ 공급망 구상이 예상보다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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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월 25일, 한국 기업 LS Eco Energy가 베트남 호찌민시에 희토류 가공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약 2,0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봇·전기차·풍력발전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행보라는 평가다.

 

LS Eco Energy는 이번에 약 1,940만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에 금속화학 공장을 세우고, 이를 통해 미국 내 자석 공장에 들어갈 희토류 원료를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베트남 공장에서 글로벌 광산 기업들이 생산한 희토류 산화물을 정제해, 로봇·풍력 터빈·전기차 구동 모터용 영구자석 소재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호 LS Eco Energy 대표는 “기존 전선 사업을 넘어 전략 핵심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크게 확장할 것”이라며 “베트남 합금·금속 공장은 탈중국 공급망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희토류 진출은 LS Eco Energy에 그치지 않는다. 포스코는 최근 베트남 측과 희토류 및 자석용 광물 채굴·정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트라이던트(Trident) 역시 미국의 Zoetic과 협력해 베트남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광산업체 Blackstone Minerals와 ASM도 이미 베트남에서 희토류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희토류 독점 탈피’ 기조 속에서 한국·호주·미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리고 있지만, 베트남의 정책 방향은 단순한 원료 공급국 역할을 거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베트남 국회는 이달 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광물 채굴은 반드시 폐쇄형 가치사슬 구축과 병행돼야 하며, 원자재만 수출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10월 ‘전략무역 통제 규정’을 제정해 전략 물자의 수출·재수출·경유 등을 일괄 관리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트남은 새로 개정된 지질·광물법을 통해 희토류 원료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이 법에 따라 희토류의 탐사·채굴·가공은 정부 승인 기업만 가능하며, 원광 수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베트남은 추출·선광·분리·심층 가공 기술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확대해 자국 희토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정부는 2026년 초를 목표로 국가 차원의 희토류 광물 전략도 마련 중이다. 단순한 자원 수출국이 아니라, 가공과 산업 생태계를 갖춘 ‘가치사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의 희토류 매장량은 상당하지만, 평가치는 최근 하향 조정됐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올해 3월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희토류 매장량을 약 350만 톤으로 추산했다. 이는 세계 6위 규모로, 과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됐던 기존 수치(약 2,200만 톤)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련해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궈자쿤 대변인은 12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법과 규정에 따라 희토류 수출 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며, 민간 용도의 합법적 신청은 신속히 승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유럽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탈중국’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지만,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가공 능력의 80% 이상, 자석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캘리포니아의 마운틴패스 광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하류 제련과 분리 기술 부족으로 상당 물량을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의 수출 통제가 서방 희토류 산업 부활을 자극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건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며 과거에도 ‘거품성 호황’이 반복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탈중국’ 전략은 베트남이라는 새로운 변수와 맞물리며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희토류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자원 보유가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비용·규모의 완결된 산업 체계에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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