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의 ‘인공태양’이 또 한 번 세계 기록을 새로 썼다. 인류가 꿈꾸는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학원 합비물질과학연구원은 2025년 1월 20일 밤, 전(全)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EAST)가 1억 섭씨도 고온의 플라스마를 1066초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구속 모드’에서 달성한 성과로, 중국이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세운 다섯 번째 세계 기록이다.
EAST는 태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상에서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인공태양’으로 불린다. 연구진이 제어실에서 초 단위 카운트를 지켜보던 이날 밤, 시간이 1000초를 넘어서자 현장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1억 도·천 초의 벽, 다섯 번째로 무너지다
EAST는 이미 여러 차례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2021년 5월에는 1억2000만 도를 101초, 1억6000만 도를 20초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1056초 장시간 고성능 플라스마 운전을 달성했다. 2023년 4월에는 403초 고구속 모드 플라스마 운전으로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1066초 실험은 고온·고밀도 플라스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 조건을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이를 ‘억도 천초(億度千秒)’라는 핵융합 발전의 주요 관문을 넘은 성과로 평가한다.
핵융합, 실험실을 넘어 공학 단계로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는 핵융합 반응이다. 이 반응을 지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연료가 풍부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초고온 플라스마를 오랜 시간 가두는 기술은 인류 과학기술의 최대 난제로 꼽혀왔다.
EAST는 2006년 세계 최초로 중국이 독자 건설한 전초전도 토카막 장치다. 초기에는 3초간 플라스마 방전에 성공하는 수준이었지만, 대대적인 성능 개량을 거쳐 국제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냉각, 가열, 진공, 진단 시스템 전반이 업그레이드됐고, 프랑스의 ITER(국제열핵융합실험로)에서 경험을 쌓은 연구자들이 귀국해 기술 고도화에 힘을 보탰다.
송윈타오 합비물질과학연구원 부원장 겸 플라스마물리연구소장은 “이번 성과는 핵융합 연구가 기초 과학을 넘어 본격적인 공학 실증 단계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라며 “하지만 핵융합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과 같다”고 강조했다.
다음 목표는 ‘상용 발전’
중국은 EAST 이후 단계도 이미 준비하고 있다. 합비 미래과학성에는 핵융합로 핵심 시스템을 종합 검증하는 ‘콰푸(CRAFT)’ 시설이 건설 중이며, 차세대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BEST(콤팩트 핵융합 에너지 실험장치)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한 에너지로 다시 반응을 유지하는, 상용 발전의 필수 단계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록이 핵융합 발전 실현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연구진 역시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와 장치 운용이 이어진다면, 시범적 핵융합 발전과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라는 목표도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인류가 태양의 힘을 지상에서 길들이는 도전은, 또 한 번 의미 있는 고비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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