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일본에서 기존 야쿠자 조직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신종 범죄 집단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토쿠류(익명 유동형·匿流)’로 불리는 이들 조직은 사기를 주된 범행 수단으로 삼아 젊은 층을 끌어들이며, 운영 방식은 미얀마·캄보디아의 국제 사기 조직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는 최근 일본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남성과의 서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범죄 조직의 실태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도쿠류’로 불리는 이 조직은 전통적인 폭력단과 달리 뚜렷한 위계 구조 없이 SNS와 암호화 메신저를 활용해 범행 인력을 모집한다.
인터뷰에 응한 28세 남성은 수감 전 모집·조율·실행을 모두 맡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직의 지휘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단기 프로젝트 방식으로 범죄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범죄형 긱 이코노미’로 불리는 이 구조는 배후의 지휘부가 온라인에서 ‘실행자’를 고용해 범죄를 지시하는 방식이다. 일본 수사 당국은 이 같은 형태가 최근 스웨덴에서 확산된 조직범죄 네트워크, 미얀마·캄보디아의 사기 단지에서 활동해온 범죄 집단과 닮았다고 보고 있다.
일본 경찰 출신의 사쿠라이 유이치 전 반조직범죄 수사관은 “이들은 범죄마다 별도의 팀을 구성하고 구성원이 수시로 교체된다”며 “검거되더라도 실제 지휘부까지 도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범행 수법은 노인을 노린 전화 사기가 대표적이다. 자녀나 손주를 사칭해 “큰 사고를 냈다”며 급히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경찰이나 은행 직원, 공무원으로 위장하는 이른바 ‘변장 사기’도 빈번하며, 일부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원격 공범이 실시간으로 불러주는 대사를 그대로 따라 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 경시청은 이들 조직을 “현재 일본 사회의 최대 공공질서 위협”으로 규정하고, 지난 10월 약 100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출범시켰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사이 사기와 조직적 금융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722억 엔에 달해, 이미 지난해 연간 피해액을 넘어섰다.
한편 일본이 수십 년간 강력한 반(反)야쿠자 법제를 시행하면서 전통 폭력단의 세력은 지속적으로 위축돼 왔다.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는 과거 폭력단 내부에서도 ‘금기’로 여겨졌던 행위다.
일본 중부 기후현 출신의 한 전직 야쿠자 조직원은 “싸움은 해도 약자를 노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며 “노인을 속여 돈을 빼앗는 것은 과거 폭력단의 의리와는 전혀 다른 범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자금 흐름을 매개로 일부 전통 폭력단이 익명 유동형 조직과 연계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수사 당국은 “토쿠류 조직의 범죄 수익 일부가 기존 폭력단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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