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계 반도체 기업을 ‘강제 접수’한 뒤 중국이 즉각 칩 수출을 중단하며 글로벌 자동차업계까지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결정한 네덜란드 경제안보 담당 장관이 결국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하원 청문회에서 빈센트 카레만스 경제부 장관이 “중국의 조치에 기습을 당했다”며 “중국이 그렇게 빨리 반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문회에서는 카레만스의 독단적 판단을 놓고 여야를 가리지 않은 질타가 이어졌다. 의원들은 그의 행동을 두고 “경솔하다”, “아마추어적이다”, “예상 가능한 리스크를 왜 못 봤느냐”고 몰아세웠다. 한 의원은 “의회·EU·업계와의 최소한의 협의조차 없이 정부가 덜컥 개입을 결정했다”며 “내비도 보지 않고 액셀만 밟은 격”이라고 비꼬았다.
카레만스는 “중국의 대응은 누구도 확실히 예측할 수 없다”며 책임을 피하려 했다. 그는 “가능성은 검토했지만 중국이 실제 수출을 멈출 확률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방중 일정 취소를 둘러싼 의혹도 이어졌다. 그는 이번 주 예정돼 있던 방중 일정을 ‘일정 충돌’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다수 의원은 “중국이 면담을 잡아주지 않아 방중이 무산된 것 아니냐”고 거세게 압박했다. 야당 의원은 “각국 장관급 회담은 몇 주 전부터 조율되는 것이 상식인데, 왜 갑자기 취소가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카레만스는 “개인적 판단으로 연기한 것”이라며 부인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졌다. 최근 그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후회 없다”고 말해 논란을 키운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네덜란드 보수당 의원은 해당 인터뷰를 “사태를 악화시키고 유럽 여러 정부를 자극한 무책임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카레만스는 이에 대해선 “다른 방식이 있었을 것”이라며 드물게 유감을 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네덜란드에 있다고 못 박았다. 중국 상무부는 EU 측과의 회담에서 네덜란드의 ‘행정·사법적 간섭’이 완전히 철회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교란의 원인 역시 네덜란드에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 넥스페리아(Nexperia) 법인 간 협의도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레만스는 “양측 간 소통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공급망 정상화에 필요한 실질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9월 넥스페리아를 ‘국가안보’ 명분으로 강제 접수했고, 중국은 이에 대한 반격으로 칩 수출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생산 차질 우려까지 떠안았다. 카레만스는 “유럽의 칩 공급을 비(非)유럽 기업에 의존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네덜란드 내부와 유럽 주요국들은 그의 독단적 결정이 외교·경제 양측에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거두지 않고 있다.
중국이 칩 수출을 언제 정상화할지, 유럽이 네덜란드를 다시 신뢰할 수 있을지, 양국 간 외교 균열이 얼마나 이어질지—사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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