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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족 영웅’ 기념을 세계화… “애국 서사, 국경 넘어 확산”

  • 허훈 기자
  • 입력 2025.11.0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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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호주 동아시아포럼(East Asia Forum)은 3일자 분석 기사에서 “중국이 자국의 민족 영웅과 순국자 이야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며, 자국의 근현대사 서사를 글로벌 차원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화와 국가 건설이 맞물린 새로운 단계에서 중국은 ‘영웅 서사’를 체계화하고 국제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이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부분은 바로 ‘중국 민족 영웅 명록(名錄)’의 지속적인 갱신과 확장,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대내외 홍보 활동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국내적으로 관련 입법 조치를 추진하며 ‘평화시대의 영웅’ 개념을 확대하고 있다. 긴급 구조대원, 의사, 빈곤퇴치 활동가, 자원봉사자 등 공공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세운 시민들도 ‘현대의 영웅’으로 예우한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정신적 표창과 함께 실질적인 가족 지원을 받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통해 애국심·집단주의·국가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가치 체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영웅 기념 프로젝트’는 이제 국경을 넘어섰다. 중국은 해외에서 희생된 자국 인사들을 기리는 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쟁 중 전사한 병사뿐 아니라, 해외 인프라 건설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기술자와 노동자들도 포함된다. 주재국의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은 해당 인물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기념 시설을 관리하며, 현지 화교 사회와 함께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중국은 공동의 역사와 민족적 결속을 강화하는 상징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50여 개국에 300곳 이상의 중국 기념 시설이 존재하며, 11만 명이 넘는 중국인 영웅이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중국 당국은 “이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중국 항전에 참여한 ‘남교기공(南侨机工)’의 재조명이다. 이들은 동남아에서 온 화교들로, 당시 윈난(雲南)과 미얀마를 잇는 도로에서 트럭 운전사와 정비사로 활약했다. 중국은 최근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드라마, 가상 박물관 전시를 잇달아 제작하며 “해외 화교와 조국이 하나 되어 민족 부흥을 위해 헌신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의 영웅 기념 사업은 활발하다. 2022년 중국 국영기업은 잠비아에 ‘탄잠철도 건설 중 순직한 중국인 기술자’를 기리는 추모공원을 완공했다. 공원은 전통적인 중국식 상징물을 활용해 설계됐다. 입구에는 중국 전통 장식인 ‘중국 매듭’을 형상화한 붉은 구조물이 세워져 ‘화합과 결속’을 상징하고, 벽면에는 철도 건설 현장과 희생자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새긴 부조 벽이 조성되어 있다. 이 부조에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기계, 철로가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어 방문객들이 그들의 희생을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했다. 개관식에는 잠비아 대통령과 중국 대사가 함께 참석해 헌화했다.


이 밖에도 알제리, 부르키나파소, 부룬디, 이집트, 에티오피아, 라이베리아, 말리, 니제르, 르완다 등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중국 원조 기술자와 의료진, 근로자들을 위한 묘역과 기념비가 세워지거나 정비됐다.


중국 외교관들은 현지 당국과 공동으로 기념 행사를 열며, 때로는 유엔 평화유지 활동 중 희생된 중국군 병사들을 기리는 추모식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들을 ‘국가의 영웅’으로 묘사하며, 동시에 ‘세계 평화의 수호자’로 상징화한다. 이는 곧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중국 이미지 제고 전략과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호주 매체는 “중국이 민족 영웅을 기리는 서사를 세계 무대로 확장하는 것은 단순한 역사 기억의 재현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애국적 정체성’을 심는 외교적 행동이라며 “이는 해외 화교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의 대외 영향력을 문화적 차원에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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