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1990년대 중반,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영국 정부에 MI6(영국 비밀정보국) 고위 간부가 러시아에 기밀을 넘기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MI5(영국 내무정보국)는 곧바로 대규모 비밀 수사에 착수했지만, 20년에 가까운 추적 끝에도 단 한 건의 결정적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6월 27일, BBC 전직 안보 전문 기자 고든 코레라의 신간을 인용해 ‘웨드록 작전(Operation Wedlock)’의 내막을 공개했다. 작전은 1990년대 후반 시작돼 최소 2015년까지 이어졌으며, MI5가 자국 정보기관인 MI6 내부를 대상으로 한 이례적이고 장기적인 감시 활동이었다.
당시 CIA는 런던에서 근무 중인 MI6 고위 간부 한 명이 러시아 측에 정보를 넘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MI5는 즉시 그를 주요 용의자로 특정하고, 최대 35명 규모의 감시팀을 꾸려 미행과 도청, 영상 기록 등 정밀 감시에 나섰다. 하지만 수사 대상의 이름이나 구체적 신원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감시 작전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MI5는 런던 남부 원즈워스 지역에 가짜 보안회사를 세워 감시 거점을 마련했고, 일부 요원은 “훈련 참가”로 위장해 작전 브리핑을 받았다. 감시팀은 대상자의 주거지 내부에 도청기와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고, 차량 내부 휴지통에도 렌즈를 숨겨 일상 행동을 촬영했다.
감시는 영국 국경을 넘어 유럽, 아시아, 중동까지 확대됐다. MI5 요원들은 외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채 타국에 입국하거나, CIA 은신처에 은밀히 머무르며 작전을 이어갔다. 일부 작전에서는 실제 이름이 기재된 여권에 가명을 붙여 입국하기도 했으며, 체포 시 정부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경고도 받았다.
수년간의 감시 끝에 MI5는 일부 “우려되는 행동”을 포착했지만, 그것이 간첩 행위임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는 아니었다. 결국 MI6 내부에 러시아 첩자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추적 대상은 이미 MI6를 떠난 상태였다. MI5 내부에서는 그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는 또 다른 필비를 마주한 줄 알았다.” 한 관계자의 이 말은, 20세기 MI6 내부에서 소련을 위해 일했던 악명 높은 간첩 킴 필비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케임브리지 5인방’ 중 한 명으로, 냉전기 동안 수많은 영국 기밀을 소련에 넘긴 인물이다.
이번 작전은 MI5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된 수사 중 하나였고, 가장 많은 인력과 자금이 투입된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MI5는 결국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작전을 종료했다. “그가 첩자가 아니었다면, MI6 어딘가에 진짜 ‘두더지’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영국 정부는 현재까지 가디언의 보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정보 관계자는 “MI5가 MI6를 감시하는 일 자체가 전례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작전이 영국 정보기관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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