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유럽 명문 클럽들이 손쉽게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것이다."
새롭게 확장된 FIFA 클럽월드컵을 앞두고 대부분의 예측은 이랬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팀들은 ‘명예로운 참가자’로 여겨졌고, 유럽팀들의 압도적인 실력 차는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작 대회가 개막하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전통의 강호들이 줄줄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예상된 시나리오'는 완전히 뒤집혔다.
포르투갈의 포르투와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했다. 유럽 팀들이 남미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단 두 경기뿐. 남미 팀들과의 7경기 중 단 2승—유럽 축구의 자존심은 크게 흔들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이끄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대회 시점이 유럽 시즌 종료 직후라 선수들이 피로한 상태였다. 반면 남미는 시즌 중반으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할 시기였다"며 조기 탈락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런 ‘피로 누적론’은 곧바로 반박에 부딪혔다. 브라질 명문 플라멩구의 필리피 루이스는 “나도 유럽에서 오랜 시간 뛰어봤지만 시즌 종료 피로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며 “우리는 모든 경기를 결승전처럼 임했다. 그 차이가 결과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는 아틀레티코 시절 시메오네 감독과 함께했던 경험이 있는 베테랑 수비수다.
실제로 데이터는 유럽팀들의 ‘체력 탓’ 주장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참가 팀 중 지난 1년간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클럽들은 브라질 팀들이었다. 보타포구를 비롯한 4개 브라질 구단은 모두 7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보타포구는 조별리그에서 파리 생제르맹과 함께 16강에 진출하며 아틀레티코를 탈락시켰는데, 같은 기간 아틀레티코보다 18경기를 더 뛰었다.
그럼에도 남미 팀들은 “우리는 힘들지만 핑계를 대지 않는다”는 태도다. 브라질 전설 지코는 “유럽 몇몇 인사들은 마치 축구가 자기들 소유인 양 행동한다”며 “조금만 상황이 불리해지면 변명부터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운 건 다 똑같고, 우리도 예전에는 시즌 끝나고 클럽월드컵을 치렀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난리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번 대회는 예년과 달리 여름철 북미에서 열리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유럽 클럽들이 우위를 보였던 겨울 대회와는 환경이 다르다. 국제축구선수협회 유럽지부(FIFPro Europe)는 혹사 논란을 제기하며 FIFA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다만 유럽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있다. 유벤투스를 이끄는 이고르 투도르 감독은 “우리 선수단에서 피로한 모습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 파리 생제르맹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축구를 축제처럼 엮는 훌륭한 아이디어”라며 1-0 패배를 안긴 보타포구를 향해 “놀랍지 않다. 멋진 팀”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제 클럽월드컵은 단순한 유럽 클럽들의 독무대가 아니다. 남미 팀들은 세계 축구 권력의 지형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대회에 임하고 있으며, 뙤약볕 아래에서 벌어지는 격전은 진정한 글로벌 경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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